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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토종 IB `너와 친한 줄 알았는데`

박수익 기자I 2012.02.14 15:04:05

토종IB M&A 배제.. 크로스보더딜 능력 한계
`외국계 포함해야 공정` 선입견도 한 몫

[이데일리 박수익 하지나 기자] "서운하긴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한계죠."

최근 국내기업들이 주도하는 주요 대형 딜에서 토종 투자은행(IB)들이 배제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IB와 토종 IB의 격차를 감안하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각종 자금조달과 상장업무 등 지원사격을 해왔던 토종IB들에게 정작 `안방`에서도 중요한 거래에 초대받지 못한 서글픔은 크기만 하다.

지분 49% 매각을 결정한 LIG넥스원은 매각작업을 담당할 주관사 선정과정에서 일부 외국계증권사만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PT)을 실시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2월 대우증권(006800)·신한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기업공개(IPO)를 진행중이었다. LIG건설 사태로 IPO 일정이 잠정 중단된 상태였긴 하지만 상장주관사는 지분매각 결정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웅진코웨이(021240) 매각도 마찬가지다. 웅진그룹은 그동안 일부 IB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지주회사 전환 자문을 맡으며 오늘날 웅진 지배구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발행 등 자금조달 주관도 담당했다. 대신증권(003540) 역시 상위권 IB를 제치고 웅진에너지(103130)·웅진패스원 등 계열사 상장 대표주관을 맡는 등 남다른 관계였다.

그러나 웅진 측은 코웨이 매각자문사 선정과정에서 이들 증권사를 배제하고, 역시 외국계IB를 대상으로 매각주관사 선정에 참여해달라는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배포했다.

올해 최대 경영권 매각딜로 꼽히는 하이마트(071840) 역시 상장주관사는 대표주관 대우를 비롯 공동주관 우리·신한·씨티증권 등 총 4곳이었지만, 매각주관사는 씨티 한 곳의 몫이었다.

상장주관이나 자금조달 업무를 맡았던 토종IB가 M&A업무에서 배제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상장업무와 매각업무의 난이도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수수료경쟁을 벌어지는 상장주관업무에 비해 M&A는 인수후보 발굴 등 마케팅 능력과 트랙레코드(딜 수행경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 부분의 객관적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IB에 M&A딜을 독자적으로 맡기기는 쉽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갈수록 확대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딜에서 토종IB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한국조선업협회가 최근 선정한 프랑스 GTT 인수자문사 숏리스트에는 자체적인 인수금융 지원이 가능한 산업은행 M&A실이 국내사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다수의 증권사계열 IB들이 도전했지만, 숏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하거나 아예 RFP조차 받지 못했다.

국내 대형증권사 M&A담당 임원은 "웅진코웨이와 LIG넥스원 등도 매각주관사 선정 역시 매각 측이 해외투자자를 주된 마케팅 대상으로 염두에 뒀기 때문에 국내IB들에 제안조차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해외마케팅 능력 부재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국내IB의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선입견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권단 주도의 M&A가 대표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 처럼 인수자가 국내기업으로 한정돼 있더라도 토종IB만으로 주관사를 선정할 경우 공정성 시비나 정보 유출 우려 등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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