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주는 최고의 상을 받는 날에도 저축왕 황순자(여ㆍ62)씨의 차림새는 수수했다.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자랑스러운 상이니만큼 한껏 치장하고 온 다른 수상자들과는 달리 그녀는 단정한 외투에 편안한 신발이 전부였다.
“개근상 한 번 못타본 내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상이 최고로 좋은 상이네.” 인터뷰내내 왼쪽 가슴에 달린 국민훈장 배지를 어루만지는 황씨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옆에 있던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새로만든 국새 1호가 찍힌 첫번째 상이 황순자씨에게 돌아갔다”며 거듭 축하인사를 건넸다.
35년전 노점상을 시작해 현재 경동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황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저축을 했다. 적은 수입으로 홀로 아들을 키우는게 녹록지 않았지만 저축을 포기할순 없었다. 장사를 마치고 늘상 찾는 신협은 이젠 내집처럼 편안하고, 직원들은 가족같이 느껴진다.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아프리카 애들이 바짝바짝 말라가는걸 보여주더라고..가슴이 아파서 도와주고 싶었어” 황씨는 현재 월드비전과 유니세프 등의 단체를 통해 4명의 아이들에게 매달 일정액을 후원한다. 매달 30만원 가까운 돈이 나가는게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나는 자식이 하나라 들어갈 돈이 별로 없어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되려 “오늘 좋은 상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저축왕이면서 아프리카 아이들까지 후원할 여유가 있다면 본인의 노후준비는 완벽하게 해놨겠지`라는 예상과 달리 황씨는 아직 자신의 이름으로 된 집이 없다. “집장만이 제1의 꿈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불쌍한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의 가게가 있는 청량리 부근에 주택을 장만하는게 가장 큰 목표다.
25일 오전부터 시작된 `저축의 날` 행사는 오찬 후 1시가 다 되서야 끝이 났다. 황씨는 “빨리가서 가게 문 열어야지”라며 총총걸음으로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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