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법인' 대포통장 유통해 45억 취득…일당 무더기 검거

조민정 기자I 2023.06.01 12:00:00

서울경찰청, 총책·조직원 등 11명 검거
가족·지인 명의로 대포통장 713개 개설
대여료 받고 범죄조직에 대포통장 유통
명의 대여자 62명도 검거…"형사처벌 대상"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만든 대포통장을 유통해 범죄조직에 빌려준 일당 7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령법인을 설립해 대포통장을 개설한 뒤 이를 유통한 일당의 조직도.(사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31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총책 A씨 등 11명을 범죄단체조직,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검거하고 이 중 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6년 6월~2022년 3월 대전에서 대포통장 유통범죄를 목적으로 총책, 관리책, 모집책 등 업무분장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를 조직해 가족, 지인 명의로 총 152개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대포통장 713개를 개설한 일당은 월 대여료 180~200만원을 받으며 범죄조직에 이를 유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은 대포통장을 보이스피싱, 사이버 도박, 불법사금융 조직 등에 대여했고, 대여 수익금으로 약 45억원을 챙겼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이 이들의 대포통장을 이용해 세탁한 범죄수익금은 약 6조 4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책과 조직원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추적이 어려운 해외 기반 메신저(텔레그램, 위챗 등) 이용 △가명 사용 △1~3개월 주기로 대포폰 변경 △타인 명의 주거지 대여 △이동형 캠핑카를 사무실로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법인 명의자를 모두 모집책의 지인 등 친분 관계로 모집해 범행의 외부 노출을 방지하고, 통장 대여료를 현금으로 지급해 경찰 수사를 피했다. 체포 시 법인 명의자와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응대 매뉴얼’과 형량 감소를 위한 ‘반성문 양식’을 제공하고, 명의자에게 수고비를 지급하고 벌금 대납을 약속하는 등 조직이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한 계획 아래서 움직였다.

각자 역할을 분담한 조직원들은 총책에게 차량, 대포폰, 숙소, 활동비를 지원받아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활동 사항을 지시,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에 대비해 총책이 정한 구체적인 행동수칙을 익혀 행동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건당 월 20~60만원의 대가를 받고 명의를 대여한 대여자 62명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법인 설립을 위한 명의 대여행위와 타인에게 통장을 제공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제공돼 자금세탁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서민들의 피해를 양산하고, 피해금 추적 및 회수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각별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경찰에 범행이 적발됐을 경우를 대비해 만든 매뉴얼.(사진=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