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떨게 하는 카메라 성능…어디까지 발전했나

박민 기자I 2020.09.11 11:01:00

'카카오 문자 논란' 알린 숨은 공신은
캐논 1D X mark II, 렌즈 100-400mm
깨알 같은 휴대전화 메시지도 포착
700만원 짜리 몸값 톡톡히 해내
단,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발달로
필카→디카에 이어 왕좌 물려받나

(이미지=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다음 메인화면의 뉴스 배치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곧장 야당에서는 ‘집권 여당의 여론 통제 아니냐’며 윤 의원의 사퇴까지 촉구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의원은 “포털 노출 과정의 형평성에 의문을 가졌던 것인데, 엄밀한 자세와 적절한 언어를 사용하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여전히 논란이 뜨거운 상태다.

그동안 국회 본회장에서 언론사 카메라 기자에 의해 포착된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행위는 한 두번이 아니다. 의원들이 ‘딴짓’을 하거나 졸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귀여운 수준이고, 깨알 같은 글씨의 스마트폰 메시지도 카메라에 잡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인사 청탁’ 문자메시지를 비롯해 ‘조건만남’ 검색, ‘비키니, 누드 사진’ 보기 등 휴대전화 속 은밀한 내용이 공개되면서 의원들 사이에서 한때 ‘스마트폰 사용 자제령’이 내려질 정도였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주 원내대표의 연설과 관련해 문자를 주고받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렇듯 국회 본회의장 내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감시하는 ‘눈’인 카메라는 어떤 기종일까. 국회 사진 취재단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번에 윤 의원의 메시지를 포착한 카메라는 캐논 제품으로, 본체(바디)는 ‘EOS-1D X mark II’, 망원렌즈는 일명 백사투라 불리는 ‘EF100-400mm F4.5-5.6 L IS II USM’이다. 약 5~6년 전에 프로나 하이 아마추어 등 전문가 시장을 타깃으로 나온 제품으로 현재 언론사 사진 기자에겐 보편화한 기종이다. 인터넷 최저가로 본체(바디)는 500만원, 렌즈는 2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700만원 짜리 카메라가 몸값을 제대로 발휘한 셈이다.

캐논에 따르면 이번 ‘카카오 문자 논란’을 알린 숨은 공신 ‘백사투’ 렌즈는 최대 망원이 400mm로 12미터 떨어진 사람(성인 키 170cm 기준)을 화질의 깨짐없이 촬영할 수 있다. 더욱이 국회 출입기자들은 국회 본청 건물 4층에 있는 기자석, 방청석으로 들어가 아래에 있는 본 회의장 상황을 내려다볼 수 있다. 당시 사진 기자는 대략 15미터 내외 거리에 있는 윤 의원의 휴대전화 모습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금은 이 렌즈보다 더 성능이 뛰어난 망원렌즈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캐논의 대표적인 망원렌즈로는 1500만원이 넘는 ‘EF800mm F5.6 L IS USM’ 모델이 있다. 사진작가나 프로덕션, 홈마(연예인 사진 찍는 팬덤) 등 전문 사진 촬영을 원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대중에 상용화된 렌즈 가운데 최장거리 화각(카메라로 포착하는 장면의 시야)은 1600mm다. 이는 800mm 렌즈에 화각을 확장시켜주는 50만원대 익스텐더(Extender x2) 장비를 추가로 장착했을 때 나오는 최대 화각이다. 대략 50미터 이내 거리의 사물을 화질 깨짐 없이 촬영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캐논의 설명이다.

이러한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디카)는 전문가들은 물론 풍경·인물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은 소비자에게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다. 너도 나도 큰 맘 먹고 하나씩 장만하던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들 손에 들린 것 이외에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갑작스레 자취를 감췄다. 디카보다 더 작고 가볍고, 가격도 저렴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카메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어서다. 특히 그동안 디카 진영의 최후의 보루였던 ‘선명한 사진 품질’을 구현해내는 이미지센서(빛을 받아들여 전자신호로 바꿔주는 장치) 기능까지 스마트폰 카메라가 빠르게 추월해가는 분위기다.

실제로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가 1억개 까지 늘어난 제품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1억 800만화소의 이미지센서를 개발하고,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0 울트라’와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에 이를 적용했다. 현재 1억 화소를 자랑하는 고성능 디카도 있지만 값이 1000만원을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디카가 스마트폰에 역전당하면서 올해 6월에는 일본 광학기기·전자기기 업체인 ‘올림푸스’가 한국 내 카메라 사업을 아예 접기도 했다. 전통의 강호 니콘도 매출 부진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디지털 카메라가 과거 필름 카메라에게 왕좌를 물려받았던 것처럼 이제는 스마트폰 카메라에게 그 차례가 다가오는 분위기다.

제21대 국회 본회의장 의석표. 좌측 하단 빨간색 동그라미가 윤영찬 더불어 민주당 의원 자리.(사진=국회사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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