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민 안준형 기자] 1세대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인 핸디소프트(032380)의 시장 퇴출여부가 오는 17일 열리는 한국거래소 상장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관건은 지난 1월 개인투자자인 정임식씨와 체결한 매각계약이 회사 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으로 인정받느냐 여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계약의 적정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인수 당사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데다 이면계약까지 존재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심지어 구속된 사주 이상필씨가 새로운 인수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근거가 확실치 않은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측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이 계약에는 상장이 유지돼야 계약이 성립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며 "인수 당사자인 정임식씨에 대해서도 전혀 알려진 내용이 없어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핸디소프트조차 새로운 인수자와 계약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상태다.
핸디소프트 관계자는 "주주간의 거래여서 매각계약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새로운 최대주주에 대해 회사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해 8월 실질적인 사주인 이상필씨가 윤문섭 전 핸디소프트 대표와 짜고 290억원의 회사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다.
핸디소프트는 상장 유지를 위해 지난해 11월 공개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불발로 끝났다.
그리고 3개월간의 개선기간 만료일 직전인 지난 1월12일 정임식씨에게 90억원을 받고 동양홀딩스가 보유한 지분909만909주(17.45%)를 전량 매각키로 했다는 최대주주 변경 공시를 냈다.
정씨는 90억원 가운데 3억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잔금 87억원은 3월2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자신이 지정한 임원이 선임되면 지급하기로 했었다. 핸디소프트측은 15일 공시를 통해 이 주총을 4월4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임시 주총 연기는 정씨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에서는 핸디소프트가 퇴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7년 이후 연속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터진 대규모 배임·횡령 사건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아울러 동양홀딩스에 매각된 뒤 추진한 몽골 구리광산 사업마저 사실상 `사기`로 드러나면서 마지막 회생가능성 마저 희박해진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한 비정상적인 매각 계약이 사실이라면 시장 퇴출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