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헌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3일 대우건설(047040) 매각과 관련해 복수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서, 매각작업에 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아부다비 투자청(ADIC)이 참여한 자베즈파트너스와 미국 뉴욕 지역 건설사 티시맨 컨스트럭션이 들어간 TR 아메리카 두 곳이 경쟁하게 돼, 금융권에서는 적어도 주당 2만원 초반대의 가격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재매각 손익계산서는 그리 신통치 않다. 조단위 매각손실이 불가피한데다 금호산업의 재무구조에 상당한 타격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손실을 자산매각 등을 통해 메워야 하는 게 앞으로 과제다.
◇대우건설 매각으로 3.6조원 조달할듯
금융권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들이 제시한 인수가격으로 주당 2만원, 2만1000원, 2만2000원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금호는 매각할 지분 규모를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50%+1주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우선 인수자 측에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그 정도 지분을 요구할 것이고, 매각하는 측에서도 대우건설 풋백옵션 물량을 받아낼 자금 부담 때문에 더 많은 지분을 매각하는 편이 유리하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무적 투자자들(FI)이 들고 있는 지분 39.64%만 매각한다면 1조2900억원의 현금이 필요하지만, 50%+1주를 매각하면 7000억원 정도를 금호산업이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두 협상자의 경쟁을 통해 주당 매각가격을 2만2000원까지 끌어올리고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넘긴다면 금호는 3조5829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금호는 3년 전에 대우건설 지분 72.1%(2억4466만여주)를 6조4255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만6262원으로, 3년 전과 비교하면 주당 4000원 정도를 밑지고 되파는 셈이다.
유동성 위기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밑지고 매각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2만2000원 정도라면 현재 주가 수준으로 볼 땐 최선이란 평가다. 현재 주가는 1만3000~1만4000원대를 오가고 있다.
◇금호산업, 풋백옵션 메울 현금 1.4조 필요
그러나 대우건설 풋백옵션 위기는 해소돼도, 한때 그룹 경영의 한 축이었던 금호산업이 입을 손실은 1조4000억원을 넘는다.
FI가 들고 있는 대우건설 지분 39.64%를 주당 3만2500원에 매수할 책임은 금호산업(002990)에 있다. 금호산업이 이 지분을 인수하면 대우건설 지분을 총 58.28% 보유하게 된다. 이 가운데 50%+1주를 매각하게 되는 셈.
FI 지분 39.64%는 주당 3만2500원에 사서 대우건설 인수측에 2만2000원 정도에 팔면, 주당 1만500원의 손실(총 1조3545억원) 즉 옵션대응비용이 발생한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18.64%(장부가 1조5175억원)를 예상 최고가인 주당 2만2000원에 매각하면, 매각대금은 총 1조3358억원이 된다. 이는 장부가와 비교할 때 1817억원 손실을 본 것.
그룹이 금호산업의 보유지분 중에 어느 정도를 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FI 지분 전량을 재매각하고 10% 정도를 매각한다고 보면, 1000억원 정도 장부 손실을 보고 옵션대응 자금 6840억원 정도를 마련하게 된다.
또 금호산업은 그동안 ▲금호생명 11.93%(670억원), ▲서울고속버스터미널 38.74%(2705억원), ▲금호터미널 100%(2190억원), ▲한국복합물류 49.54%(1211억원), ▲서울고속도로 14%(1224억원) 등 자산 매각을 통해 8000억원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단기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풋백옵션을 해결하기 위해 자금을 좀 더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자산을 더 매각해 해법을 마련할 순 있지만 금호산업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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