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월가 거인들을 살리기위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원칙없는 구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비금융사들의 구제금융 신청을 거부할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 산업 전반을 구제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고였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월가의 위기가 메인가(街)로 대변되는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정부가 비금융사들에 대한 대출 등 구제금융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州) 정부들 또한 자금 압박으로 연방정부의 도움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벌리는 사람은 많은데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는 쌓여가고, 연방정부의 고민도 함께 깊어갈 법 하다.
◇ 주 정부들, 재정압박..연방정부 도움 절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주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70억달러의 즉각적인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두 주간 학교, 경찰, 소방서 등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 기관에 급료조차 지불하지 못 하고 있다며 사안이 급박함을 알렸다.
게다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외에도 매사츄세츠, 플로리다, 네바다, 오하이오 등 주요 주정부들이 모두 재정압박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뉴멕시코와 메인 등은 대규모 자금조달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신용경색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관련기사☞美 주요 州정부도 비상..`돈 줄 말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오레곤주가 주 대학 교육 시스템 등에 사용될 자금 조달을 위해 2100만달러 채권 발행을 추진했으나, 시장 상황으로 인해 이를 취소하게 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총제적인 위기 상황에 결국은 연방정부가 주정부들을 도울 수 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이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점이, 주 정부들의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무관리자협회(GFOA)의 회원인 벤 와킨스는 "만약 시장 상황 때문에 각 주 및 지방 정부들이 신용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면, 그 때는 재무부가 대출해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방 정부의 도움 없이는 주 정부와 지역 정부들이 헬스케어 시스템이나 학교, 도로 등 공공 서비스들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며 정부의 구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비금융사도 `돈 줄 묶였다`
도움이 필요한 것은 주정부 뿐 만이 아니다. 신용시장이 얼어붙고 실물경제가 본격적인 타격을 입기 시작하면서, 자금줄이 끊긴 비금융사들의 위기감도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굿이어 타이어 앤 러버와 듀크 에너지는 물론 언론사인 가넷, 건설기계 대기업인 캐터필러까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우량기업들들의 자금 확보에 까지 적신호가 켜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5개주에 유틸리티 사업을 운영하는 듀크에너지는 지난주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타진했다. 당초 32억달러 발행을 계획했으나, 시장 상황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캐터필러는 지난주 5,10년물 회사채 발행에서 최소 30년만에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했다. 조달금리가 큰 폭으로 급등함에 따라 사업자금을 조달하기가 더욱 더 어려워진 것이다.
마이클 코너웨이 공화당 상원의원은 "기름이 엔진의 작동을 원활하게 하듯이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대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만약 돈 줄이 마른다면, 그 다음에는 엔진이 멈추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업들의 빡빡한 유동성은 기업어음(CP) 시장의 위축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통상 CP 시장에서 270일 혹은 그 이하 만기의 단기 자금을 조달해 급료와 건물 렌트비 등을 지불하곤 한다.
그러나 연준 데이타에 따르면, 9월 마지막주 CP시장은 1조6000억달러로 3년 최악 수준으로까지 위축됐다.
커프 칼 스위스 리인슈어런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나머지 부문이 명백히 신용 경색에 의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잘못된 방향으로 모멘텀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