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태선기자]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030200)가 게임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막강한 자본력과 통신 관련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정보통신사업의 핵심 화두중 하나인 통신·방송 융합을 준비하기 위해 컨텐츠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는 대기업이 게임사업에 재도전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사업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했던 대기업들의 진출이 이를 계기로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KT가 차세대사업을 위해 `컨텐츠 사냥`에 나선 만큼 경쟁 이통사는 물론 관련 대기업들의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업계의 반응은 담담하다. 오히려 긍정론이 우세하다. 대기업의 진출로 게임산업의 규모가 커져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신속한 의사결정과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해야 하는 게임산업의 특성상 대기업과의 대결에서 승산있는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이 게임업계 진출 전략으로 인수합병이나 제휴를 선택할 경우, 업계의 합종연횡 등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T 사업계획= 향후 4~5년에 걸쳐 1000억원 이상을 투자, 온라인·콘솔·캐주얼게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 이를 위해 KT는 이들 분야에서 9개 게임 판권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KT 관계자는 "이미 확보하고 있는 인터넷 인프라 하이텔이나 한미르 등을 통해 게임을 유통할 뿐 아니라 기존 포털들과 제휴해 상호 윈윈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국내의 유망한 게임들 위주로 투자를 추진하고 내년부터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퍼블리셔와 공동으로 유망 게임을 발굴해 KT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발중인 게임의 판권을 대거 확보하는 한편 게임의 개발, 마케팅, 운영 및 서비스, 수출까지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KT는 올해 안에 나온테크의 풀 3D 온라인게임 `헤르콧(Herrcot)`과 3D 카툰 랜더링 기법으로 제작된 키프엔터테인먼트의 `스틱스(Styx)` 등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실시키로 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 "경쟁력 있다. 시장 키워보자"= 전문가들은 KT의 진출로 업계에 풍부한 자금이 수혈되면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있다. `리니지`, `뮤` 등 몇몇 게임들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아직은 영세한 게임사업이 산업으로 변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게임이 브랜드화되거나 유통시장이 체계적으로 재편되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유무선 통신 방송 등의 통합인프라를 구축, 컨텐츠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는 삼성 SK 등 경쟁 대기업들의 진출도 예상하고 있다.
NHN 한게임사업부 김병관 실장은 "대기업의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기 보다는 게임사업의 체질이 개선되면서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KT 등 대기업이 진출하더라도 이미 기존 게임업체들은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써니YNK 윤영석 사장은 "많은 게임인력 수요가 발생하면서 인건비 상승 등의 지협적인 영향이 발생하겠지만 게임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보고 투자가 늘어나는 만큼 게임사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임업계의 이러한 긍정론은 대기업과 겨뤄볼 만한 실력을 이미 갖췄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Risk High-Return)`의 특성을 가진 게임사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인적 네트워크의 확보가 관건인 데, KT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게임사업에 진출하더라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KT 성공여부 `글쎄`= 전문가들은 하이텔이나 한미르 등 인터넷 사업에서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KT가 게임사업에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업체의 인수나 포털들과의 제휴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KT산하의 사업부로 운영하기 보다는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운영, 민첩하게 조직이 가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경우, 삼성 SK LG 등은 일찌감치 PC게임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불법복제 성행과 시장의 미성숙 탓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부분 철수 했었다. 삼성만 소극적인 제휴나 투자 활동을 펼치며 겨우 명맥을 유지해왔을 뿐이다.
LG증권 이왕상 연구원은 "KT는 인터넷사업 등에서 특별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일정 몫을 차지하기 위해 인수 합병 등을 추진하는 한편 독립적인 조직운영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