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해븐리병원. 치매관리주치의 이은아 병원장이 90대 치매 환자를 앉혀두고 얼굴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 곧 책상 위에 손을 올려놓고 왼쪽과 오른쪽 주먹을 쥐었다폈다 했다. 환자가 자신의 손놀림을 따라오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이 원장은 치매 환자들의 상태를 다양한 방법으로 살핀다. 가족들의 이름을 한명한명 물어보고, 때로는 ‘나리나리 개나리’ 동요도 부르게 하면서 환자의 발음 상태도 파악한다. 초진은 30분에서 1시간까지도 걸리지만 치매 진료에서 꼼꼼함은 필수다. “치매 환자들은 ‘나 어디 아파요’ 말하질 못하니까 이렇게 체크를 하는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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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료진은 환자별로 연간 관리계획을 세우고 각 회차별로 상태를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약의 복용상황 뿐만 아니라 행동심리증상과 심리평가, 일상생활 수행능력까지 빠짐없이 살펴 정해진 평가문항에 기록해야 한다. 이 원장은 “기존에는 선생님들이 각자의 특성에 맞게 진료했다면 이 사업은 보다 표준화 진료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시범사업이 필요한 이유로 8회차까지 이어지는 꾸준한 진료를 꼽았다. 이 원장은 “(치매는) 진단부터 최소 10~15년간 앓게 되고 만성질환도 동반해 악화하지 않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치매환자 중에는 1인 가구가 절반이라 혼자서는 식사나 약 복용 등 관리가 어려워 의무진료를 받으면 증상악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치매 환자들에게서는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치매관리주치의 시범사업의 효과 평가 연구’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등록한 환자들은 약물 순응도도 높았고 우울증 점수(PHQ-9)도 낮아졌다.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표준화하겠다는 목표다. 사업에 참여하는 의사는 매 회기마다 진료 및 조치내용을 포함한 서식을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를 진료할 신경과 전문의가 충분치 않은 현실에서 진료 표준화의 의미는 더 부각된다. 서울·경기를 제외하면 광역지자체의 신경과 병원도 10여곳 정도라 교육이 비교적 부족한 타과 전문의도 치매 환자를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치매진료의사 전문화교육을 이수한 의사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통해서는 표준화된 관리 틀을 제시해 전공과 경험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시범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데 비해 수가는 낮은 편이다. 최초 관리계획을 세울 때 5만원, 이후 상태를 평가할 때마다 회당 1만 5000원을 지급한다. 서식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한참 내리던 이 원장은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쉴새없이 일한 후 밤이 돼서야 서식을 채운다”며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아 수가가 좀더 높게 책정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1차 시범사업 운영결과를 분석해 참여 의료기관과 의사가 보다 쉽게 사업에 참여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것”이라며 “수가 개선과 함께 행정자료 간소화, 보수교육 과정 개발 등 의료진의 참여 부담을 줄이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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