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6월06일 13시1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기지이자 아시아 금융의 중심지인 중화권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본시장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자본中심’ 은 중국과 중화권 자본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상하이·선전의 본토 시장부터 홍콩의 달러 유동성 창구, 대만의 반도체 밸류체인까지 중화권을 관통하는 자금의 흐름을 짚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중화권 시장의 현재 온도와 방향을 담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키워온 달러 자금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VC)과 글로벌 달러펀드는 그동안 중국 기술기업의 기업가치 상승과 해외 진출을 뒷받침한 핵심 자금원이었다.
하지만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AI 모델, 반도체, 데이터, 인재로 확산되면서 미국 자본은 성장 자금인 동시에 심사 대상이 되고 있다. AI 산업에서 자금 조달은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니다. 모델 고도화에는 고성능 반도체와 인프라, 기술 노하우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중 양국이 지분 거래와 인력 이동을 안보 사안으로 보기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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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묻는 美·中 자본 규제…'싱가포르 우회'도 통제
중국 당국이 최근 딥시크와 함께 ‘중국 AI 4대장’으로 꼽히는 독립 AI 모델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와 스텝펀(Stepfun) 등에 대해 미국 자본을 유치하기 전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업 외에도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의 미국 투자자 대상 구주 거래도 유사한 심사 대상으로 거론됐다.
중국 당국은 외국인 투자 차단이 공식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달 당국이 기술기업에 외국인 투자를 받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면서도, 외국인 투자는 중국 법을 따라야 하며 국가안보와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자본 유치의 문은 열어두되 AI처럼 민감한 기술 분야에서는 자금 출처와 거래 구조를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선 메타의 중국계 AI 스타트업 마누스(Manus) 인수 제동 역시도 이 같은 기류를 보여준 또 다른 사례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메타가 추진한 마누스 인수 거래를 되돌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지난해 12월 약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에 마누스를 인수하기로 했다.
마누스는 중국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AI 스타트업으로, 이후 싱가포르 법인을 활용해 해외 사업을 벌여왔다. 중국이 문제 삼은 지점은 단순한 지분 거래가 아니었다. 인재와 지식재산권, 기술 노하우가 미국 빅테크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누스와 같이 현재의 법인 소재지가 중국 밖에 있더라도, 기술 출처와 핵심 인력이 중국과 연결돼 있다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였던 셈이다.
이 같은 제재를 위한 제도적 근거도 마련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오는 7월 1일부터 대외투자 규정을 시행한다. 중국 기업이나 개인 투자자가 해외 법인을 세우거나 해외 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해외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과정의 신고·심사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 골자다.
중국 정부는 해당 규정의 목적을 고수준 대외개방과 대외투자 고품질 발전, 투자자 권익 보호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투자자와 기술, 데이터, 국가안보가 얽힌 해외 거래를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강화됐다고 본다.
중국이 해외 자본의 유입과 기술 유출 가능성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사이, 미국도 반대편에서 자국 자본과 기술의 중국 이동을 막는 제도를 빠르게 세우고 있다. 중국 AI 기업에 흘러 들어가는 미국 자금이 단순한 재무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중국의 군사·정보·감시·사이버 역량을 키우는 데 쓰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국 아웃바운드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의 접근은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제는 미국 투자자와 운용사, 금융기관이 어떤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지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자금이 들어가면 지분뿐 아니라 이사회 참여, 경영 자문등 까지 함께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돈줄 막히자 칩도 막혔다…달러 가고 '인민폐 자본' 부상
기술 전선의 봉쇄는 자본의 이동 경로뿐 아니라 하하드웨어 공급망까지 동시 타격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우회 경로를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 등 최첨단 AI 칩을 사들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추가 지침을 내놨다.
제3국에 우회 기지를 세우고 달러 자금을 동원해 인프라를 확보하려던 중국 AI 기업들의 전략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자본 조달 리스크가 곧 하드웨어 수급 리스크로 직결되는 도미노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자본의 길목을 동시에 옥죄면서 중국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패러다임은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는 모습이다. 과거 글로벌 달러 펀드의 대규모 투자를 발판 삼아 나스닥이나 홍콩 증시에 화려하게 입성하던 성공 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워졌고, 어디 출신이냐가 중요한 '안보 전쟁'이 됐다.
한편에서는 달러 자금의 빈자리를 중국 국유 자본과 정부 인도 펀드, 그리고 대형 로컬 산업 자본이 채우고 있다. 최근 10조원대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 딥시크(DeepSeek)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해외 기관투자가 대신 자국 내 전략적 투자자(SI) 중심의 판을 짜는 방식으로 외풍을 피하겠다는 전략이다.
자본의 국경선이 명확해질수록 중국 AI 기업들은 결국 글로벌 확장에서는 제약에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 자본과의 결별은 당장 단기적인 자금난을 넘어 글로벌 표준 기술 생태계 및 해외 인재 풀로부터의 고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돈줄까지 안보 전선으로 엮인 지금, 중국 AI 산업은 자국 자본의 힘만으로 글로벌 빅테크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야 하는 진정한 시험대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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