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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회복해 87년 민주화 완성하자"[별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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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현 기자I 2025.11.08 12:00:00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1948년 우리 대한국민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국민주권에 입각한 민주공화국 헌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민주공화국이 현실에서 바로 실현되지는 못하였다. 우리의 민주주의 헌정이 제헌 이래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에 의해 오랜 기간 왜곡되고 유린되었기 때문이다.

이장희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그런데 독재정권에 의한 민주주의 헌정 유린이 그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사법권을 담당했던 법관들에게도 책임이 크다. 당시 법관들은 독재자에 저항하는 국민을 법으로써 지켜주기보다는 오히려 독재자의 의중에 맞게 법을 적용하며 인권유린에 동조하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승만 독재에 맞섰던 조봉암이 사법살인을 당했던 일이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 박정희 정권에 저항한 국민을 사법살인한 사건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독재정권의 온갖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사법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법관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법관들은 결국 독재정권에 순응하거나 심지어 독재의 사법적 집행에 앞장섰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는커녕 독재자의 헌정 침해행위를 정당화해 줌으로써 독재정권의 유지 및 지속에 기여하였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헌정에서 민주화의 요구는 단지 정치권력의 민주화뿐만 아니라 독재에 부역했던 사법의 흑역사에 대한 청산의 요구이기도 하였다. 올바른 법치 없이는 민주주의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침내 우리 대한국민은 1987년 6.10민주항쟁으로 38년의 독재를 끝내고 민주화의 승리를 이룩하였다. 우리 국민은 87년 헌법에서 헌법재판소를 도입하여 헌법 수호의 보루로 기능하게 하였고, 무엇보다 공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헌법소원제도’를 새롭게 마련하였다.

헌법에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규정하였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는 입법이나 행정작용뿐만 아니라 법원의 재판도 당연히 개념상 포함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헌법소원의 구체적 절차를 규정하는 법률인 「헌법재판소법」에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즉 ‘재판소원’은 법률에 의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라고 요구하고 하지만, 정작 헌법을 위반한 재판을 하였더라도 헌법소원에 의한 통제가 불가능한 ‘성역’이 되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에 부역한 법관들이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민주화 이후에도 법관이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재판을 얼마든지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위헌적 재판으로 기본권을 침해받은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공정한 헌법재판에 의해 구제받아야 한다. 이미 1987년 헌법은 민주화의 요구에 따라 재판소원까지도 포괄하는 헌법소원을 도입하였지만, 정작 법률차원에서 재판소원이 봉쇄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1987년의 민주화는 여전히 미완성인 것이다.

지금 1987년 헌법재판소 설치 이후 처음으로 재판소원의 도입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무슨 논쟁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법관의 위헌적 재판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민주주의 헌법을 실현하자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단순한 도입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잃었던 것의 ‘회복’이다.

재판소원의 도입 방법은 간단하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해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는 문구만 삭제하면 된다. 이제 재판소원이 회복된다면 지금까지 반쪽짜리로만 시행되어 온 헌법소원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이 되며, 무엇보다 1987년 민주화의 국민적 요구를 실질적으로 완성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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