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공시와 주가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는 판단 과정에서 단순히 ‘다른 조선업체도 유사한 주가 하락 추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당시 주가 하락이 허위 공시와 무관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오션(042660)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5일 오전 A씨 등 투자자 291명이 한화오션과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안진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허위공시 다음날인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5월 3일까지 원고들이 매각한 주식 또는 주식의 하락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이 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그 부분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2015년 5월 4일 적자전망 보도 이후 분식회계로 부양된 부분이 제거돼 정상주가가 형성됐다고 본 2015년 8월 21일까지의 주가 하락분 등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이를 인용한 원심판단을 수긍해 그 부분 상고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은 2008~2016년 8년여에 걸쳐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매출액을 과다 계상하고 매출원가를 낮추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진회계법인은 이 같은 분식회계가 포함된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7년 대우조선해양에 과징금 45억원을 부과하고 김열중 당시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해임 권고, 3년간 감사인 지정제 실시, 2008~2016년 재무제표 수정 등 조치를 취했다. 안진회계법인에 대해서는 1년간 감사 영업 정지 조치를 내렸다.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들은 “분식회계를 통해 허위 내용이 기재된 각종 보고서들을 진실한 것으로 믿고 대우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했다가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줄줄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 투자자들이 일부 승소했다. 다만 인용액이 1심 102억원에서 2심 92억원으로 다소 조정됐다.
2심 재판부는 손해인과관계와 관련해 “분식회계에 따른 허위공시 다음날인 2014년 4월 1일부터 적자전망 보도 전일까지인 2014일 5월 3일까지의 주식 매각 부분 또는 주가하락 부분의 손해에 대해서는 인과관계 추정이 복멸(없어진다는 의미)된다고 보아 이 부분 손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1심과 다른 판단으로, 인용액이 감액된 이유다.
다만 “적자전망 보도 다음날인 2014년 5월 4일부터 정상주가 형성일인 2015년 8월 21일까지의 주가 하락분 등에 대해서는 손해액이 추정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이에 원고 291명 중 일부인 38명과 한화오션, 안진회계법인이 각각 패소 부분에 대해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 “허위공시 인과 불분명하다고 손해액 추정 깨질 수 없어”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원고들 패소 부분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014년 4월 1일부터 2015년 5월 3일까지 원고들이 매각한 주식 또는 주식의 하락분에 관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이 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이 부분에 관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상고한 원고들 중 원심 파기사유를 적용할 때 손해액에 차이가 있는 원고들에 한해 손해배상 범위를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2015년 5월 4일 이후에 매수한 내역만 있는 원고들의 경우는 이번 파기 사유를 적용하더라도 손해액에 차이가 없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종전 판례에 따른 것이다. 관련 법리는 “손해액에 관한 추정은 법률상 추정으로, 그 입법취지에 비춰 볼 때 허위공시 이후의 주가 하락이 문제된 허위공시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제척기간인 ‘해당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의 해석에 관해 ‘현실적 인식’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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