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선 이태원 압사 사고가 일어난 지난달 29일 현장에서 살아 돌아온 여성 김초롱 씨가 출연했다.
사고 당시 한 술집 사장님이 문을 열어줘서 대피해 있었다고 밝힌 김씨는 새벽 1시가 돼서야 이태원 골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면서 “길바닥에 사람들이 누워 있는 광경을 평생 볼 수 있겠나. 저는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도 많이 나고 이러니까 계속 멍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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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씨는 정치권의 “유감스럽다”는 사과의 말을 듣기 싫었다며 “유감이란 말은 직장 상사한테 혼날 때 ‘저는 최선을 다해 보고서를 썼는데 부장님이 원하는 거에 맞추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의 느낌 아닌가”라고 비교했다.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것에 대해선 “죄송한 마음은 전 국민이 다 죄송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무엇이 죄송한지가 붙어야 되는 게 사과를 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그냥 ‘죄송한 마음입니다’랑 ‘유감스럽습니다’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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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태원에서) 얼마나 큰 사고가 일어날지 예상을 못 했다는 건 이 놀이문화, 즉 요즘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어디를 가는지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한 사과’라는 표현을 쓴 김씨는 “어떤 면으로 계속 감수성이 떨어지시는 거다. 제대로 인지를 하고, 공감하고, 감수성이 있는 분들이었다면 ‘요즘 애들이 여기에 그렇게 열광한대. 그러면 사람이 많이 모이겠지. 여기 좀 신경 써봐’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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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법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태원 사과와 관련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민주당의 임오경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과에 본인과 정부의 책임은 불분명하다”며 “무엇이 죄송한지, 무엇이 정부의 책임인지 분명히 말씀하셨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