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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실장이 업무에 복귀한 만큼 이날 중으로 본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UAE행을 둘러싼 해명 이후 야당이 반발하면서 추가적인 공세에 나설 경우 의혹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임 실장이 언제까지 침묵을 지킬 수 있을지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원전 문제 등 그동안 임종석 실장의 UAE행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방어적으로 사안별로 해명해왔다. 간단히 정리하면 해외 파병부대 장병 격려차 방문했다가 이전 정부에서 UAE와 관계가 소원해진 점을 고려해 UAE 왕세제와 만나서 양국관계의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애초 모든 의혹 제기의 출발점은 대통령 비서실장의 이례적인 중동 특사였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특사 파견은 참여정부 시절 문희상 비서실장이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아르헨티나 대통령 취임식에 방문한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임종석 실장은 지난 9∼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 장병들을 찾아 격려했다. 이 과정에서 쉐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미셸 아우 레바논 대통령을 각각 접견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자리를 비우는 것과 관련해 무언가 말못할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UAE행에 대해 해외파병 장병 격려가 주목적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이미 다녀왔다는 점과 청와대 2인자라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남북 비밀접촉설이 제기됐다. 실제 UAE와 레바논에는 북한 대사관이 위치해있다. 다만 남북간 접촉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반박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이후 의혹이 무성한 것은 UAE바라카 원전 관련설이다. 야당과 언론에서 자고나면 하나둘씩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야당은 임종석 실장의 UAE 방문과 관련해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우려와 문제제기에 대한 무마용 △국교단절 위기 수습용 △이명박정부의 원전외교 비리 캐기 의혹 등을 제기해왔다. 또 임종석 실장과 UAE 왕세제와의 면담에서 바라카 원전 건설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의 참석과 임 실장의 UAE행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욱 확산됐다. 아울러 UAE 왕세제 조카의 방한이 임종석 실장의 휴가 기간이 우연히 겹치면서 이런저런 억측도 불거졌다.
청와대는 이에 “언론에 나온 모든 추측성 기사와 야당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UAE는 왕정국가이고 외교에서 비공개 준수가 그 나라의 나름대로의 규칙”이라면서 “정상급간 대화를 구구절절하게 브리핑 할 수 없다”고 이해를 구했다. 외교관례상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향후 UAE와 한국 정상 또는 정상급간 외교 교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국민들께 보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제 임 실장의 UAE행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더 이상 해명할 내용은 없다는 설명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리면 임종석 비서실장의 참석은 불가피한 수순이다. 임 실장이 국회에서 어떠한 답변을 내놓느냐에 따라 UAE행을 둘러싼 의혹은 해소 또는 확산의 수순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