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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2일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제23회 대산문학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부문별 수상작과 작가는 시 부문 ‘마흔두 개의 초록’(마종기) 소설 부문 ‘계속해보겠습니다’(황정은) 희곡 부문 ‘알리바이 연대기’(김재엽) 번역 부문 ‘Vaseline-Buddha 바셀린 붓다’(정영문 작·얀 헨릭 디륵스 독역)다.
시 부문 수상작인 ‘마흔두 개의 초록’은 물 흘러가듯 매끄럽게 전개되는 언어의 연쇄에 삶의 체험을 알알이 수놓는 어려운 작업을 이어가며 편안하고 묵직한 울림을 주는 점이 , 소설 부문 ‘계속해보겠습니다’는 사소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기만 하는 삶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계속되어야 하는 까닭을 침묵에 가까운 조용한 문장으로 독자를 압도하며 풀어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희곡 부문 ‘알리바이 연대기’는 현대사와 개인사를 교차시켜 감정적 교감을 이끌어내며 아슬아슬한 역사의식의 중립성을 유지하는 뛰어난 균형 감각이 돋보임으로써 역사적 현실에 대한 서사적 글쓰기를 개척한 점이, 최근 4년간 발표된 독일어 번역물을 대상으로 한 번역 부문 ‘Vaseline-Buddha 바셀린 붓다’는 원작의 높은 문학성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등가 수준의 번역으로 독일어권 독자들에게 매우 적합한 결과물이 탄생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수상자 명단에서는 등단 55년을 맞은 해에 수상의 기쁨을 얻게 된 마종기 시인이 눈에 띈다. ‘평생의 생업을 의사로 지낸 시인, 외국에서 모국어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는 그의 수상은 한국사회, 한국문학과 거리를 둔 위치에서도 끈질기게 시의 손을 놓지 않은 치열한 정신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시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1970년대생들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기성세대가 고민했던 문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는 황정은 소설가, 한국 현대사를 뛰어난 균형감각을 유지한 서사적 글쓰기로 풀어내며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데 성공한 김재엽 극작가, 한국을 제대로 공부한 독일인이 홀로 번역하는 번역 3세대의 등장을 알린 얀 헨릭 디륵스 번역가의 면면을 보면 1970년생 작가와 번역가들이 한국문학의 새로운 허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산문학상은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대산문화재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을 선정, 매년 시상(희곡과 평론은 격년제)하는 종합문학상이다. 해당 기간(시와 소설 1년, 희곡과 평론 2년, 번역 4년) 동안 단행본으로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시상한다.
수상자에게는 부문별 상금 5000만원과 함께 양화선 조각가의 소나무 청동 조각 상패가 수여된다. 또한 시, 소설, 희곡 수상작은 2016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해당어권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소개된다. 희곡과 평론 부문은 격년제 심사를 시행함에 따라 올해는 희곡 부문을 심사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아울러 예심은 김선우 박정대 오형엽(이상 시), 김동식 김숨 심진경 이기호(이상 소설) 등 소장 및 중견문인, 평론가 7명이 6월부터 약 세 달 동안 진행했다. 본심은 고형진 김광규 신달자 유종호 정호승(이상 시), 강석경 구효서 김형경 도정일 최원식(이상 소설), 박근형 이강백 이미원 이윤택 정복근(이상 희곡), 김륜옥 김용민 안문영 전영애 프리트헬름 베르툴리스(이상 번역) 등 중진 및 원로문인, 극작가, 번역가들이 8월 말부터 두 달 동안 장르별로 심사를 진행하여 수상작을 결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일 오후 6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