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울 삼성동 옛 한전부지 개발과 대치동 SETEC(서울무역전시장) 부지 활용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번엔 행복주택을 놓고 또다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강남구 수서동 727번지에 행복주택 44가구를 건립하려는 것을 강남구가 반대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서울시가 수서 행복주택 건립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이 부지에 지상에는 행복주택을 짓고 지금의 주차장은 지하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남구가 이에 반대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신혼부부·사회초년생 등을 위해 직장과 학교가 가까운 곳이나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곳에 짓는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이다.
강남구의 행복주택 건립 반대 이유는 두 가지다. 행복주택 예정 부지인 수서동 727번지는 KTX 수서역세권 개발지에 바로 붙어 있는 곳으로, 행복주택을 짓는 것은 역세권 발전 계획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게 강남구의 주장이다. 대신 강남구에서는 이곳을 역사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휴식 공간이나 광장 등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수서동은 이미 임대주택이 1만 6000여호 들어서 있는 곳으로, 강남구에서도 가장 많은 임대주택이 있는 지역인데 여기에 또다시 임대주택을 짓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서울시가 시의 입장을 전달하고 강남구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추진한 주민설명회도 제대로 된 홍보와 준비없이 갑자기 진행되면서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달 24일 열기로 한 주민설명회가 일부 주민의 반대로 무산되자 지난 22일 SH공사 강당에서 갑작스럽게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문제는 50여명의 참석 인원 중 실제 주민은 10명 안팎이었고, 나머지는 SH공사 관계자나 내부 직원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반대 주민들로 인해 주민설명회 개최가 어려워지자 급하게 설명회를 추진하다보니 주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미비했고, 참여 인원이 적었던 것이다.
정한호 강남구 주택과장은 “서울시와 SH공사는 마치 많은 주민이 참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직원들을 동원하는 꼼수를 부렸다”며 “이번 주민설명회는 무효이며 서울시는 충분한 공지를 통해 주민들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설명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열린 것”이라며 “이번 설명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다시 열어 시의 의견을 전달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