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계열사 돈이 들어간 펀드 자금 중 일부를 펀드의 공식 결성 전에 선지급하도록 한 것은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SK텔레콤(017670), SK C&C(034730), SK E&S 등 계열사들은 2008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1500억 원을 베넥스 펀드에 선지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달 중으로 변론을 종결한다는 방침이어서, 남은 21일과 24일, 28일 공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4시간 넘게 직접 심문..최 회장 펀드 선지급 지시 의도 의심
서울지방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14일 열린 공판에서 문용선 재판장은 직접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를 4시간 30여 분 동안 심문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이자 피고인으로, 그는 SK(003600)계열사 펀드 투자금 중 일부인 450억 원을 최 회장 형제 선물옵션투자관리인이었던 김원홍 씨(전 SK해운고문)에게 불법송금한 사람이다.
문용선 재판장은 “최태원 피고인 변호인은 ‘김원홍이 최태원 피고인에게 증인이 10월까지 펀드 결성을 원한다고 (본인에게) 말했다’는데 증인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냐”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2008년 10월 27일 최태원 피고인을 만났을 때 증인이 물었을 법한데 묻지 않았죠”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준홍 씨가 “예”라고 답하자, 문 재판장은 10월 27일 최 회장이 김 씨를 만났을 때 ‘10월 말까지 돼?’라고 물은 진의를 재차 질문했고, 이에 김 씨는 “펀드가 10월 말까지 되고 거기서 김원홍 씨에게 (500억 원을) 빌려주라는 의미로 알아들어 (도저히 10월 말까지 펀드 구성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김 씨를 만났을 때 이미 펀드가 나중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럼에도 선지급을 지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용선 재판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SK그룹을 경영하는 자가 (2~3일 안에 펀드를 만들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모르는 게 유죄일 수 있다”면서 “만약 최태원 피고인이 김준홍을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면 선지급을 지시하는 게 아니라 ‘김 대표, 펀드결성 절차를 밟아. 내가 도울 테니까’라고 하면 충분했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 중요한 내용의 99%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재판의) 량은 반절쯤 남았지만 결정적인 부분은 모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