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先포인트는 결국 빚`..금융당국 "줄여라"

김보경 기자I 2011.07.21 16:02:49

상품가격의 50%까지만 결제..지급한도 축소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지급한도도 차등화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네비게이션 구입을 원하던 회사원 A씨는 솔깃한 광고를 접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 선포인트를 활용해 50만원 상당의 네이게이션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어차피 매월 60만원가량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어 공짜 네비게이션을 받을 심산에 해당 카드를 신청했다. 그런데 다음달 카드 고지서를 받아보고선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포인트가 부족해 네비게이션 비용으로 4200원이 추가로 결제된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50만원의 선포인트를 36개월 동안 갚으려면 매월 최소 100만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A씨는 "처음엔 50만원이 선포인트로 결제되면서 공짜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포인트로 갚다보니 결제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며 "매달 포인트를 갚지 않으면 할부이자까지 붙는다는 말에 분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토로했다. 
 
앞으로는 A씨처럼 신용카드 선포인트를 '공짜'로 생각하고, 각종 상품을 구매하는 피해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과당경쟁 방지 차원에서 선(先)포인트 한도를 추가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현재 지급한도 70만원(포인트), 상환기간 36개월 이하로 정해져 있는 신용카드 선포인트 한도를 상품가격의 50%이하로 축소하기로 했다. 개인 신용등급에 따라 선포인트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씨처럼 50만원짜리 네비게이션을 선포인트로 구입할 경우 25만원까지만 선포인트 결제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현금이나 카드로 직접 지불해야 한다.
 
선포인트 제도란 고객들이 상품을 구입할 때 카드사로부터 미리 받은 포인트로 결제한 뒤 카드 이용실적에 따라 적립되는 포인트를 통해 이를 갚아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 주로 이용됐지만, 최근엔 인터넷쇼핑몰을 비롯한 소액결제와 대출금 상환 등에 사용되면서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6000억원에 불과했던 선포인트 이용잔액은 2008년 1조1000억원, 2009년 1조6000억원, 2010년 1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불과 3년새 3배나 급증했다.
 
금감원이 선포인트 제도 정비에 나선 이유는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포인트 상환부담에 대해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선포인트를 적용해 상품구입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급한도인 70만원 이하의 상품을 구매할 때는 전액 선포인트 결제가 가능해 마치 공짜로 인식되면서 소비를 부추기는 면이 있어 개선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업계는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포인트 상환조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규제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A카드 관계자는 "이미 지급한도가 7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데 금액비율을 추가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특히 최근엔 소액결제에도 선포인트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50%라는 금액비율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
 
선포인트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의 경우 금감원이 이미 지난해 자율시행을 권고한 바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어 직접 규제에 나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B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금감원 권고로 6~7등급 고객들의 선포인트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한도가 7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무리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적용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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