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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의 건설 인수戰 약점은)①현대차그룹

김세형 기자I 2010.09.30 14:37:37

자금력 우위 불구 車산업 위험 부각 가능성
명분·경영권 승계 의혹도

마켓 인 | 이 기사는 09월 30일 14시 0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 인`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세형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난 27일 현대건설(000720) 인수전 참여를 공식선언하면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기싸움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현대증권(003450)의 현대건설 주주협의회 참여를 두고 이해상충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만하다.

신사적으로만 현대건설 인수전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향후 2개월간 진행될 인수전에서 양 진영이 상대방의 어떤 약점을 물고 늘어질 지 정리해 봤다.

현대차그룹은 자금력이나 규모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자동차 사업 본연이 지닌 위험성은 잠재적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 현대건설이 현대그룹 몫이었고 현대엠코라는 건설회사를 독자적으로 보유했다는 점에서 모양새가 어색하다. 현대건설을 정의선 부회장 지배체제 확립용으로 쓸 수 있다는 시선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 한 눈 파는거 아냐?

지난 7월초 현대차그룹의 인수전 참여가 불거졌을 당시 주가는 수직 낙하했다. 자금 부담보다는 정몽구 회장이 그룹의 장자라는 체면을 앞세워 별반 관련이 없는 건설사를 인수하려 한다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도요타에게 일어난 대규모 리콜 사태가 현대차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점은 비상한 시기에 그룹의 관심이 분산되는게 아닐께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그룹 숙원사업이었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면서 그같은 우려를 일축하고 한 발 더 나아가려는 것임을 강조했다.

다만 현대차가 세계적으로 불붙고 있는 친환경 차량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고, 최근의 미국 지역 YF소나타 리콜은 진정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는 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현대제철(004020) 역시 `성공적으로 완공했다`고 하지만 조강능력이 포스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올 1조1500억원을 필두로 장기적으로 6조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반기보고서 기준) 완전히 마무리된 투자라고는 보기가 힘들 수 있다.

◇ 현대건설 어려울 땐 외면하더니…

현대건설이 채권단 관리 상황에서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건설업체로 거듭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건설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당초 고 정몽헌 회장의 현대그룹에 남겨진 유산이었으며 정상화된 이 시점에서 가져가려고 하는 것은 과실을 가로채는 것으로 비춰질 소지가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에 들어갈 때 현대차그룹은 현대그룹의 SOS를 외면했고, 한 발 더 나아가 현대엠코라는 건설사까지 따로 만들었다.

현대그룹이 지난 27일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는 현대차그룹이 지원을 외면하다가 현대건설이 정상화되자 이제 와서 현대그룹과 경쟁해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비난한 것 역시 그같은 사정이 있었다.

◇ 정의선 부회장 지배체제 확립용?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게 될 경우 그룹안에 대형 건설회사 2개를 보유하게 된다. 효율성 차원에서라면 둘을 합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현대엠코와의 합병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박았다.

이는 현대건설을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려 한다는 일각의 우려섞인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이 정몽구 회장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을 지난해 8월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발령하는 등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향후 나아가고 있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차(005380) 지분은 1%가 되지 못하고 기아차 역시 1.75%의 지분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또 현대차의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012330) 지분 역시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정의선 체제 확립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31.9%와 2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와 현대엠코를 현대건설에 합병시켜서 정 부회장이 현대건설 지분 상당분을 보유토록 하게 한 뒤, 현대건설에서 기아차(000270)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16.9%를 사들일 경우 자연스레 정의선-합병회사-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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