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계기로 나온 9500억달러(약 14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협업은 이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를 구하고자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굴지의 빅테크들이 줄지어 신규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이다. K메모리가 한국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격상시켜 놓은 것이다.
삼성·SK, 1400조 메모리 장기공급
25일 청와대, 관련 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AI 서밋’ 행사를 통해 나온 국내 기업들의 빅테크 협업 규모는 9500억달러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맞춤형 반도체 설계 업체인 브로드컴과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었고, SK그룹은 엔비디아, MS 등과 7500억달러 규모의 메모리 장기 공급에 합의했다. 네이버는 엔비디아, 브룩필드와 100억달러 규모의 AI 팩토리 인프라 투자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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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력의 골자는 브로드컴이 설계한 칩들을 삼성전자의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 기술력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을 가진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맞춤형 자체 AI 가속기(ASIC) 도입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그에 발맞춰 통합 반도체 솔루션의 중요성은 더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브로드컴에 공급한다. HBM 등은 최신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또 브로드컴의 차세대 고속 데이터 통신을 지원하는 통신용 반도체 솔루션 등에 2나노 이하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해 위탁 생산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은 “AI 시대에는 메모리, 로직, 첨단 패키징이 긴밀하게 통합된 반도체 솔루션이 중요하다”고 했다.
SK그룹이 이날 엔비디아와 맺은 5000억달러 규모 의향서(LOI) 역시 그 중심은 메모리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는 메모리 장기 공급을 통해 ‘윈윈’을 모색하는 동시에 대규모언어모델(LLM) 학습부터 에이전틱 AI, 피지컬 AI로 확장하는 인프라 수요에 맞춰 HBM 등을 함께 개발하고 최적화해 나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외에 MS와 메모리 장기 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AI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서버용 메모리를 MS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하는 방안에 뜻을 모았다.
일각서 “메모리 사이클 옅어질듯”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법적 성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단순히 숫자만 적어놓고 서명한 수준은 아니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기업들에 주문을 넣어 우리 기업들이 장기 공급 수주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발표와는 다른 새로운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의미로 읽힌다. 메모리 경쟁력이 한국을 AI 공급망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은 세계적인 수준의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기술 리더십, 방대한 산업 기반 등 글로벌 AI 강국으로 도약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이번에 삼성과 SK가 공개한 협업 계획이 5년 단위라는 점을 주목한다”며 “메모리 3사가 과점 지위를 통해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거 ‘월드컵 주기’로 불릴 정도로 4년 안팎마다 뚜렷하게 나타났던 호황·불황 사이클이 옅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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