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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 연루 부부 국가배상 책임 인정

이성웅 기자I 2021.05.18 12:00:00

영장 없이 강제 연행돼 자백 강요 받아
장씨, 8년 옥살이 뒤 2017년 재심서 무죄 확정
2심, 부인 윤혜경 씨에 대해 불법행위 피해자로서 배상 청구 기각
대법, 장씨 무죄 확정부터 소멸시효 시작돼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1980년대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장의균 씨 부부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불법행위 종료 시점이 아닌 재심 무죄 확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시점부터 소멸 시효가 시작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장의균 씨와 배우자 윤혜경 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윤씨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장씨는 지난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국가보안법 혐의로 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영장 없이 불법 체포돼 국군보안사령부에 감금돼 허위 자백을 했고, 징역 8년을 확정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씨와 당시 민주동우회의 간사를 맡고 있던 한해수 씨 역시 영장 없이 임의 동행 형식으로 강제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한씨는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까지 당했다. 이들의 진술조서는 장씨의 유죄 증거로 사용됐다. 다만 윤씨는 입건되지 않았고, 한씨는 간첩불고지죄로 불구속 송치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장씨는 옥살이를 모두 마친 뒤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17년 12월 수사과정에서 위법성을 확인하고 장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장씨 등은 국가배상 청구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장씨에게 8억 원, 윤씨에게 2억 원 등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1심에선 윤씨에 대해 장씨 배우자로서 손해배상과 불법 구금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이 모두 인정됐다.

반면 2심은 윤씨에 대해 장씨 배우자로서 손해배상은 인정하면서도 불법 구금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손해배상청구권 소멸 시효는 3년인데, 윤씨에 대한 불법 행위는 이미 1987년 7월에 끝났기 때문에 청구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한씨의 청구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기각됐다.

대법원은 윤씨와 한씨의 청구권 소멸 시효가 장씨의 무죄 확정과 함께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비록 윤씨와 한씨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씨에 대한 유죄확정판결을 취소하는 법원의 공권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독자적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윤씨와 한씨에 대한 단기소멸시효도 장씨에 대한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기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파기환송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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