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유럽이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공동체를 통해 평화를 모색했던 유럽연합(EU)이지만 지난해 파리테러부터 일상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Brexit)와 니스 테러, 터키의 쿠데타 사태 여파로 EU는 불확실성에 홍역을 앓고 있다.
◇“제로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는다”
15일(현지시간) 니스 테러 직후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더이상 제로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파리 연쇄테러를 비롯해 브뤼셀, 프랑스 니스에 테러가 잇따르는 만큼, 당분간 불안과 혼돈이 계속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유럽 시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반 시민이 모이는 콘서트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공항 등을 범행 대상으로 하는 ‘소프트타깃형’ 테러는 이미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그러나 총기나 폭탄 조끼가 아닌 트럭까지 테러 무기로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니스 테러사건의 범인은 당국의 감시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터키의 쿠데타까지 닥쳤다. 터키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유럽의 전진기지다. 이번 쿠데타로 터키의 정치적 불안이 가중될 경우, 그동안 EU와 터키가 마련해놓은 이민협정이 삐걱댈 수 있다.
게다가 7시간만에 군부 쿠데타를 끝낸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피의 숙청’을 예고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 2839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불안이 길어질 경우, 터키 국민까지 유럽으로 이동하는 ‘엑소더스’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시작조차 않은 브렉시트 협상
영국 역시 유럽의 골칫덩어리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금융시장은 다시 정상화 가도에 들어섰다. 테리사 메이 전 내무장관도 총리직에 오르며 정치적 공백을 해소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영국과 EU의 협상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EU는 가능한 한 빨리 영국이 방을 빼주길 촉구하고 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담 상임의장이나 장 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등은 영국의 빠른 탈퇴가 이뤄져야 추가적인 이탈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국은 최대한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협상을 최대한 지연시킬 뜻을 내비쳤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영국의 EU 단일시장 접근권, 이동의 자유 보장,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EU와 영국의 새로운 관계 등 모든 쟁점마다 대립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EU는 18일 브뤼셀에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해 테러와 IS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이들은 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도 조찬회담을 열 예정이다.
아울러 다음 달에는 슬로바키아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비공식 정상회의를 연다. EU가 불확실성의 세계를 어떻게 극복할 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