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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이날 기자단과 오찬을 갖고 “(서울시가) 민선 자치 5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전임 시장 지칭)이 누구나 뭔가 하나씩 해왔고 그걸로 당선되려고 생각하는데 나는 정말 (선거에서) 떨어져도 좋다”며 “뭔가를 무리하게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박 시장의 이 발언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이날 한 언론에 기고한 칼럼 내용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 소장은 ‘박원순에 대한 생각’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 시장의 대표정책 또는 ‘박원순 어젠다’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며 “과거 이명박 시장이 청계천과 교통체계 개선이란 어젠다로 존재감과 리더십을 인정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박 시장의 그것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이 칼럼의 지적사항을 언급하는 한 참석자에게 “여전히 옛날 패러다임으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이라며 “시장을 넘어서 대통령하라는 얘기인데 그건 정말 잘못된 전제”라고 했다.
박 시장은 최근 본인을 정치권의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계속 거리를 두어 왔다. 지난달 말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도 ‘안철수 신당’으로의 합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소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하기도 했다.
박 시장의 일련의 발언들은 박 시장이 현재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긴 하지만 무리한 치적쌓기나 정치적 행보 등은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 둘 수록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고 있다. 박 시장은 대선 후보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뭔가 눈에 보이는 치적을 만들려는 시도가 부작용을 낳게 한다면서 평소 공개석상에서도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고자 한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한편 박 시장은 북촌 고갯길 공사문제와 관련 “주민참여예산으로 결정된 게 꼭 옳은 건 아니지만 구에서 결정된 것을 시가 어찌할 수는 없다”고 언급하고 “개인적으로는 그 사업(북촌 고갯길 정비사업)에 여전히 반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