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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 리포트)새 아침을 기다리는 쌍용차

김보리 기자I 2009.08.07 17:05:55
[이데일리 김보리기자] 쌍용자동차가 긴 파업의 상처를 추스리고 조업 준비에 나섰습니다. 큰 불상사 없이 파업이 마무리된데 대해 모두들 안도하고 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파업의 전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산업부 김보리 기자가 쌍용차 사태에 대한 소회를 전합니다.
 
"일하고 싶어 죽겠어요.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쌍용자동차 연구소에서 17년간 근무했다는 한 연구원은 점거 농성자들이 떠난 6일 저녁 평택공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이같이 말했다. 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그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77일째 이어진 길고 긴 쌍용차 파업이 6일 오후 최종 타결됐다. 지난 두달 반 동안 쌍용차(003620) 평택 공장은 도장공장을 경계로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2009년 쌍용차의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잔인하고 가혹했다. 전문가들은 쌍용차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점거 파업기간 동안 무려 1만4590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3160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었다. 이로인해 1차 주요 부품업체 23곳이 문을 닫거나 휴업에 들어갔다. 두 달 넘게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전국의 영업소는 전시차 한 대 없는 `개점휴업` 상태다.

점거파업 77일에다 조업 재개하는데 필요한 2∼3주까지 합치면 공백기간은 무려 100일에 이른다. 자동차 업체에게 100일 휴업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폭력으로 점철됐던 시위는 노-사 뿐만 아니라 노-노 간에도 깊은 갈등의 골을 남겼다.

지난 6월26일 소위 `살아남은 자`들은 직장을 되찾겠다며 공장 안으로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농성 노조원들은 동료들에게 새총과 화염병을 겨눴다.

어제 `노사 대타협` 기자회견장에서도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강성 노조원들이 파업 종료 기자회견장을 찾아 "누구를 위한 해결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마음속에 남은 뿌리깊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기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막 빠져나온 쌍용차에도 희망의 싹은 돋고 있다.

남은 4500여명의 쌍용차 식구들에게는 일할 의욕이 넘쳐나고 있다. 점거농성이 풀린 사무실에 들어가 먼지가 뿌연 책상을 닦으며 감회에 젖었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저 갑을(甲乙) 관계였던 쌍용차와 부품업체도 더욱 끈끈한 관계로 거듭났다. 쌍용차가 없으면 부품업체도 생존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몸소 체득한 것이다.

비록 파산의 문 턱까지 갔다 왔지만 직원 모두가 일하고 싶어 아침을 기다리는 회사, 모기업과 협력사가 계약관계 이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회사는 드물다. `자동차회사는 결국 노조의 요구와 파업에 무릎을 꿇는다`는 논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서히 변할 것으로 기대된다.

모두들 총파업 종료가 쌍용차의 회생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승부는 지금부터다.
 
먼저 노-노간에 생긴 깊은 상처를 어떻게 봉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음을 서로 이해하고 감싸안아야 한다. 경영진은 갈등을 추스리고 하루속히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매진해야 한다.
 
다시 한번 찾아온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간 겪은 고통의 결과가 철저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노사 모두 곱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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