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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aily리포트)카지노에서 생긴 일

조진형 기자I 2005.06.28 18:22:19
[edaily 조진형기자] 강원랜드가 소용돌이에 쌓여 있습니다. 대표이사 퇴진압박이 안팎으로 일고 있고 기숙사부지 관련 비리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섰고 산업자원부가 감사를 나왔고 국회까지 나섰습니다. 강원랜드가 소액주주들을 상대로 형사고소까지 했더군요. 이번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본 증권부 조진형 기자가 전합니다. 강원랜드를 아시나요. 폐광 부지위에 들어선 카지노입니다.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이미지가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일까요. 강원랜드가 강원도 산골에 들어선 이후 바람잘 날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요즘에는 대표이사와 소액주주들이 일전을 벌이고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굵직굵직합니다. 먼저 대표이사 퇴임 문제입니다. 소액주주들이 대표이사가 경영을 잘못하고 있다며 퇴임을 요구했지요. 회사는 쉽게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의 대표이사 퇴임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사실상 산자부측에 있습니다. 산자부 산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이 강원랜드 최대주주이기 때문입니다. 산자부는 지난 5월말부터 6월10일까지 강원랜드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내부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대표이사 해임안을 다룰 강원랜드 이사회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태백시 기숙사 부지와 관련한 비리 의혹까지 일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대표이사 해임문제와 연관돼 있습니다. 의혹의 중심은 강원랜드 대표이사가 회사 기숙사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특정 인물에 특혜를 줬다는 것입니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조사를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강원랜드 문제를 둘러싸고 대형 국가기관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련의 사태의 중심에는 강원랜드 소액주주들이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소액주주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 없지만 강원랜드 소액주주들은 이번 일련의 사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일반 주주들이 놀라 혀를 찰 정도로 이들의 기세는 무섭습니다. 지난 3월 박종철 소액주주협의회 대표를 회사 사외이사로 선임시키더니 지난달에는 회사 경영의 책임을 물어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이사회 소집도 요청했습니다. 국내 소액주주 사상 처음입니다. 강원랜드 대표이사의 자질과 비리의혹 등에 대한 산자부 감사를 요구했고 국회의 관심을 가지게 유도하는데도 힘쓰면서 도움을 청했습니다. 또 태백시 기숙사 건립사업 의혹에 대해 강원랜드 임원들을 상대로 20억원대의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군요 이 또한 소액주주만으로 진행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국내 소액주주 역사를 매번 새로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강원랜드 소액주주의 거침없는 활동에 우려섞인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주주가치 극대화란 측면에서 볼때는 긍정적이지만 주주가치가 오히려 회사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점을 우려해서인지 강원랜드는 수십명의 소액주주를 상대로 형사 고소했습니다. 사이버상의 명예훼손과 협박 및 업무방해죄 등 2건으로 나눠져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강원랜드의 소액주주 고소도 사상 처음인 듯합니다. 강원랜드는 상대가 주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산자부 사이트에 비방의 글을 올려 회사와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고 회사로 자꾸 전화를 걸어 폭언을 하면서 업무를 방해해 고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일견 이해도 되지만 기자는 이번 고소를 보면서 찹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협박 및 업무방해죄로 고발하는 것은 사용자측이 노동자측을 견제하고 심지어는 탄압의 수단으로 교묘히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수사 과정에서는 고소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은 박종철 소액주주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과 통화목록 추적 등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강원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수사과정에서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을 수사하면서 왜 고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람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필요가 있었는지를 말이죠. 60~70년대 노동운동에서 볼 수 있었던 행태와 중첩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물론 모든 노동운동이 바르지 않듯이 모든 소액주주 운동도 정당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국내 소액주주 운동의 태동기에 이같은 과잉수사가 벌어졌다는 것이 참으로 유감스럽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장기투자의 부재입니다. 소액주주 운동은 단기 권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큰 페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의사소통이 이정도밖에 안되는가 하는 실망을 지울수가 없습니다. 강원랜드 경영진과 주주들은 앞으로 `주사(主社)관계`(주주와 사측의 관계)가 노사(勞使)관계 못지 않게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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