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조용만기자] 오늘 아침 한 조간신문 만평 제목은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였습니다. 소재가 무엇이었는지는 대충 짐작이 가실겁니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 향응파문은 축소·거짓말 의혹으로 번지면서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용만 기자가 소회를 전합니다.
오늘 아침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브리핑후 기자들 사이에서는 조광한 부대변인의 코멘트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가학적 집단 테러리즘` `언론 수류탄론` 등 다소 자극적인 단어들때문인데요. 그동안 수면밑에서 제기돼왔던 동정론이 언론 브리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부대변인이 거침없이 속내를 내비친 것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양길승 전실장 조사결과에 대한 축소·은폐의혹이나 고의적 거짓말 주장이 언론을 통해 이어지면서 확산돼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간의 사정부터 먼저 정리해 보겠습니다. 출입기자의 여름휴가로 청와대 `땜빵`을 하게 된 첫날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로 나라안팎이 충격에 휩싸인 월요일(4일)이었습니다. 국내외 언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지만 국정 최고기관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투신자살보다 향응파문에 훨씬 관심이 많았습니다. 출입처와 직접 연관된 일인데다 전주말 대통령의 국정토론회 발언도 영향을 미친 듯 보였습니다.
브리핑 질문은 향응파문에 대한 민정라인 조사결과와 대통령 중간보고, 검찰 `몰카` 수사진행 상황, 청와대 징계위 개최여부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5일 민정수석실의 조사결과 발표에서는 양 실장과 호텔소유주 이모씨가 초면이었는지, 호텔에서 돌려보낸 여종업원 화대를 누가 지불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습니다. 조사결과는 `양실장 진술 거짓말..술값 215만원` 또는 `양실장, 향응때 청탁` 등의 제목으로 다음날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7일은 `주 5일 근무` 파장으로 잠시 쉬어가는 듯 했지만 조사결과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 불씨를 되살렸습니다. 4월에 이미 양실장과의 술자리가 있었고 6월 술자리에서 대통령 고교동문이 한명 더 참석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언론은 청와대가 거짓말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것이 아니냐고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8일 오전 수석보좌관 회의결과를 브리핑하러 온 청와대 부대변인은 먼저 "민정의 조사는 조사지, 수사가 아니다"는 비서실장의 말로 공식입장을 전했습니다. 양 실장 향응파문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공직자 윤리강령 위반여부가 문제가 된 것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사표가 수리됐고, 사건을 축소·은폐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 부대변인은 5일 발표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으면서도 왜 언론에는 숨겼느냐는 기자들의 추궁이 계속되자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가학적 집단테러리즘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속마음의 일단을 내비쳤습니다.
가학적 집단테러리즘에 대해서는 "잘못을 했으면 잘못된 부분만큼 비판받으면 되는데, 우리는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고 그외에 손톱밑에 때낀 것, 머리안감고 지저분하게 다니는 것까지 문제삼으려고 한다"고 예를 들어 설명을 하더군요.
언론이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다분히 위험한 발언으로 들렸습니다. 한 기자가 "그같은 언급은 DJ정부 옷로비사건때 마녀사냥 운운한 것처럼 언론에 대한 문제성 발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자 "언론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좀 그런 것 같다는 얘기"라고 한발 물러났습니다.
조 부대변인은 "여기서부터 더 나가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도덕사회를 지향하는데 더 큰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쯤했으면 도덕적 경종을 울리는데 충분한 반면교사가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양 실장 향응파문과 관련, 일각에서 일고 있는 동정론도 소개했습니다.
"DJ정부때는 조직쪽에 있던 사람들이 (청와대 등에)많이 참여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조직쪽에서 많이 참여를 못했고, 조직에 있던 사람중 그나마 요직으로 온 사람이 양 실장이다. 조직쪽에서 동고동락한 사람들의 경우 선거가 끝나도 계속 놀고 있으면 집에서는 눈치 보이고, 스스로 바보가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조직쪽에 있던 사람들은 정권 초기에 누구나 그런 심리가 있다. 그런 사람들이 얼굴 한번 보자고 하는데 거절하기가 쉽겠는가"
조 부대변인은 문희상 비서실장의 참모 출신으로 민주당 부대변인, 미디어선거본부 찬조연설단장 등을 지냈더군요.
조 부대변인은 내친 김에 한발짝 더 나가 언론을 수류탄에 비유, 양면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처음 공보쪽 업무 맡을때 주위에서 언론과 같이 있으면 수류탄을 갖고 있는 거나 같다는 얘기들을 하더라. 수류탄을 들고 있으면 든든하고 좋은 점도 있지만 잘못해서 안전핀이 빠지면 자기도 죽는 거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조 부대변인은 마지막에 "오늘 내가 안전핀 뺀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민감한 상황에서 청와대 입장과 개인적인 의견이 뒤섞여 보도됨으로써 또 다른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보였습니다. 한 기자가 "안전핀을 반 쯤은 뽑은 것 같다"고 답을 하더군요.
조 부대변인의 언급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한 것은 한때 유행한 영화 `친구`의 대사가 생각 나서였습니다. 대변인이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였습니다. 그런데 지면이 한정된 탓인지 신문방송은 연일 `택도 없다. 더 무라`는 목소리만 내고 있으니까요.
안전핀을 반쯤 뽑았다고 답한 언론이 내일 이와 관련된 기사를 어떤 방향으로 보도할 지도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뽑았다고 보고 터트릴지, 안 뽑았다고 봐주고 그냥 넘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