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 후원으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주최하는 ‘2024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이날부터 12월 1일까지 나흘간 벡스코 제1전시장 2홀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지, 백희나, 차호윤, 이금이, 황선미 등 국내외 작가 118명을 포함해 16개국의 출판사 193곳(국내 136·해외 57)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전이다.
도서전을 기획한 윤철호 출협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도서전을 다니면서 몇 년전부터 한국 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한국 어린이책 분야의 성장으로 국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수지·백희나·차호윤 등 스타 작가 한자리에
올해 첫 주제는 ‘라퓨타’(Laputa)다.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책 ‘걸리버 여행기’ 속 하늘에 떠 있는 상상의 나라 이름에서 따왔다. 어린이만의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담겼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도서 전시와 강연, 세미나, 현장 이벤트, 워크숍 등 158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출판사 외에 부산현대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부산도서관 등이 함께 책에서 확장한 문화 콘텐츠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황선미, 이금이, 소윤경, 김개미 작가는 부산 지역 도서관을 직접 찾아 어린이 독자들을 만난다.
유명 작가들도 총출동한다.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자인 이수지 작가는 행사 첫날 ‘어린이는 모든 색’을 주제로 그림책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용을 찾아서’로 올해 칼데콧상을 수상한 차호윤 작가도 28일 북토크를 개최한다.
2020년 어린이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스웨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는 30일 ‘어린이와 판타지’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스위스의 다비드 칼리, 이탈리아의 줄리아 파스토리노, 대만의 린롄언, 프랑스의 콩스탕 조이 등 국내에 익숙한 해외 그림책 작가들도 부산을 찾는다. 김 교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특히 “이수지 작가와 백희나 작가가 동시에 도서전에 참여하는 것은 볼로냐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방문객 10만명 예상…‘아시아판 볼로냐’ 목표
국내 아동 도서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작가들의 잇단 해외상 수상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학령 인구 감소와 뉴미디어 출현 영향 등으로 2020년 이후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그간 출판계에서는 국제아동도서전을 열어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해 보자는 요청이 이어졌다. 아동출판계의 숙원 사업이었던 셈이다.
전시장에 마련되는 ‘저작권 센터’에서는 한국의 우수한 아동 출판 저작권을 해외에 소개한다.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등장하는 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창비)은 2022년 뮤지컬로 제작됐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는 ‘영 어덜트’ 문학으로 평가받는다. 행사 기간 중에는 해외 아동 출판 동향을 엿볼 수 있는 ‘저작권 세미나’도 열린다.
주일우 집행위원장은 “1963년부터 열린 볼로냐아동도서전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동 도서전으로 손꼽히지만 출판계 관계자들의 저작권 거래가 중심이어서 전시장에 어린이들은 없다”면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저작권 거래와 독자들의 축제가 결합된 이상적인 도서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도서전의 예상 방문객 수는 10만여 명이다. 70여 개국 1000개 이상 출판사와 출판인 5000여 명 등이 참가하는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의 아시아 모델로 만드는 게 목표다.
강수걸 출협 상무는 “지난 15~17일 열린 중국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의 경우 처음에는 직접 운영하다 힘에 부쳐서 볼로냐 측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가 경쟁하면 이길 확률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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