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에 中 물가 올랐지만 0%대 저물가…정책 요구 커져(종합)

이명철 기자I 2024.09.09 11:58:00

8월 소비자물가 전년대비 0.6% 상승, 예상치 소폭 상회
채소·육류 등 공급 영향, 경기 침체 속 수요 부진 여전해
中 저명 학자 “디플레 싸워야” 주문, 지준율 인하 등 거론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여름철 폭염과 폭우의 영향으로 신천채소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0%대 낮은 상승세를 면치 못하면서 연간 목표 달성은 어려워졌다. 여전히 내부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는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9일 중국 장쑤성 난징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채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AFP)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8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월대비 0.6%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0.5%)와 전월 상승폭(0.5%)을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2월(0.7%)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이기도 하다. 중국 CPI는 2월부터 7개월째 상승세를 유지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고온과 우천 등의 요인으로 물가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식료품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2.8% 올라 전체 CPI에 0.51%포인트 상승 기여했다. 신선채소가 21.8%, 돼지고기 16.1%, 신선과일 4.1% 각각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는 0.5% 올랐으며 의료서비스(1.9%), 교육서비스(1.7%), 가사서비스(1.6%) 등이 상승했다.

소비자물가가 올랐는데도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는 공급 측면 요인으로 인해 물가가 올랐을 뿐 여전히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동월대비 1.8% 하락하며 시장 예상치(-1.4%)를 밑돌았다. 전월(-0.8%)보다도 하락폭이 더 컸다.

중국 PPI는 지난 4월 전년동월대비 2.5% 내린 후 하락폭을 줄였는데 8월 다시 낙폭이 확대됐다. 시장 수요 부족과 일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국가통계국의 분석이다. 실제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연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8월에 0.3% 올라 전월(0.4%)보다 하락했다.

0%대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계속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CPI는 전년동기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3% 안팎으로 제시했는데 사실상 목표 달성이 힘들어졌음은 물론 지난해에 이어 연간 0%대 물가 상승이 유력해보인다.



중국은 올해 소비 진작을 위해 대규모 장비와 소비재 교체와 이구환신(헌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내수 소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 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장비 업그레이드와 소비재 판매를 지원하기 위해 410억달러(약 55조원)의 초장기 국채를 배정하는 정책은 소비자 신뢰를 자극하는 데 미온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강 전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6일 중국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지금 내수 수요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어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적극적이며 완화적인 재정·통화 정책을 주문했다. 외신은 이를 두고 중국의 저명 학자가 물가 하락과 싸움을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조명하기도 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내수를 회복하기 위해선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지급준비율(RRR) 인하를 예상했다. 인민은행 통화정책 부서장인 주란도 지난주 한 회견에서 금융기관의 평균 지준율이 약 7%로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애널리스트들은 추가 금리 인하와 대출 기관이 준비금을 보유해야 하는 금액(지준율)의 축소를 예측하고 있으며 9월이 잠재적인 창구로 여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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