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회사 '곰표'가 직접 '치킨너겟' 생산에 뛰어든 이유

김범준 기자I 2021.06.04 15:03:29

69년 전통의 소맥분 제조사 대한제분
다양한 콜래보로 ''곰표 리브랜딩'' 성공
"직접 영업으로 소비자 접점 늘리자"
OEM 등 자체 생산·판매 늘리며 매출↑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약 70년 전통의 소맥분(밀가루) 제조사 대한제분이 ‘치킨너겟’ 식품을 직접 생산·판매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롯데마트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안녕! 곰표 치킨너겟’이란 명칭의 치킨너겟 제품을 새롭게 선보인 것인데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한제분이 하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직접 생산·판매하는 ‘안녕! 곰표 치킨너겟’ 제품.(사진=대한제분 제공)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녕! 곰표 치킨너겟’은 앞서 히트친 ‘곰표 맥주’ 등 콜래보레이션 상품들과 달리, 대한제분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이다.

콜래보 상품의 경우, 대한제분이 협업하는 제조 또는 판매사에 ‘곰표’라는 상표 및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로열티(royalty·저작권 사용료)를 받는 구조다. 통상 브랜드 혹은 캐릭터 제공사는 개별 계약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사용 대가 혹은 판매량을 감안한 피(fee·수수료)를 수입으로 가져가고, 판권을 얻은 제조·유통사가 실제 생산 및 판매에 따른 영업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브랜드와 캐릭터 경쟁력이 있는 해당 회사가 스스로 다양한 관련 상품들을 직접 생산·판매해 매출을 일으키면 오롯 자사 영업 이익이 된다. 이에 따른 수익이 대부분 라이선스 피를 받는 경우보다 훨씬 크고, 기업의 지속경영 활동 관점에서도 유리하다. 따라서 직접 활용해 생산할 여건이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제분 역시 최근 활발한 콜래보를 통해 곰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며 ‘리브랜딩’(re-branding)에 성공한 만큼, 이제는 다양한 먹거리를 직접 생산·판매해 스스로 매출을 일으켜보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직접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적극 만나며 소통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실제 최근 자체 제작 상품인 치킨너겟을 출시하며 그 상표명으로 ‘안녕! 곰표 치킨너겟’이라고 붙였다. 굳이 ‘안녕!’이라는 명칭을 넣은 이유는 ‘곰표가 입을 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최근 곰표 리브랜딩 과정에서 캐릭터로 생명력이 불어 넣어진 ‘표곰이’가 직접 소비자와 만난다는 ‘말을 거는 패키지’ 콘셉트를 적용했다.

또 패키지 뒷면에는 지난달 초 윤디자인그룹 타이포브랜딩 계열사 ‘엉뚱상상’과 협업해 일반에게 무료 폰트로 선보인 ‘곰표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QR 코드도 새겨 넣었다. 곰표 폰트 역시 많은 소비자들과 적극 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탄생했다.

대한제분과 윤디자인그룹 타이포브랜딩 계열사 ‘엉뚱상상’이 협업해 일반에게 무료 폰트로 선보인 ‘곰표체’.(사진=대한제분 제공)
치킨너겟 제품은 대한제분의 69년 노하우가 담긴 배터믹스와 튀김가루를 원료로 사용한다. 치킨너겟으로 최종 생산은 소맥분 제조사인 대한제분이 계육을 직접 다룰 설비 등은 없기 때문에, 국내 대표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을 통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한다.

곰표 캐릭터 ‘표곰이’ 모양의 치킨너겟은 국내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곰표만의 레시피를 더해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함)한 맛과 함께, 700g의 용량으로 선보이며 곰표 특유의 넉넉한 양도 자랑한다.

대한제분은 이번 치킨너겟 출시에 앞서 자체 생산한 ‘곰표 오리지널 국수’도 현재 전국 이마트24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롯데마트 송파점과 수지몰점에서는 ‘곰표왔다곰’ 행사 매대를 통해 ‘곰표 오리지널 국수’와 ‘안녕! 곰표 치킨너겟’ 뿐만 아니라 기존 대표 제품인 ‘곰표 부침가루’와 ‘곰표 튀김가루’, 그리고 콜래보로 가장 큰 히트를 친 품절 아이템 ‘곰표 밀맥주’ 등을 함께 선보이며 다양한 먹거리로 소비자들에게 적극 다가선다는 방침이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지난 3년 간 콜래보 제품 위주로 마케팅을 했다면, 이제는 OEM 등을 통한 자사 제품의 직접 생산·판매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기존 밀가루 제품이라는 한계를 넘어, 곰표가 의식주 문화를 주도하는 ‘즐거운 컬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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