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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각]②英 자동차 산업 발전 막은 '붉은 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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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연 기자I 2020.12.21 11:00:00

영국 정부, 마부 보호 위해 비현실적 자동차 운행 규제
영국, 자동차 산업 육성 포기…프랑스서 꽃피우게 돼
특정 집단 권익 지키는 법이 산업 발전 막은 대표 사례

[총괄기획=최은영 부장, 연출=권승현 PD, 정리=김무연 기자] 지난 3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 따라 타다는 더 이상 택시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혁신 서비스를 막는 ‘적기조례’라고 비판했다. 과연 적기조례란 무엇일까.

적기조례를 묘사한 그림.
1705년 영국의 토머스 뉴커먼이 증기기관을 만들고 1801년 리처드 트레비식이 상용 증기자동차를 출시한다. 트레비식의 증기자동차가 인기를 끌면서 영국에서는 택시, 버스 등 자동차 관련 서비스 산업이 싹트기 시작했다. 증기기관의 종주국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1865년 ‘적기조례’를 발표하며 자동차 산업을 옭아맸다. 적기조례는 △교외에서는 시속 6㎞, 시가지에서는 시속 3㎞ 이상 운행 금지 △자동차 운행 시 운전사, 기관사, 자동차가 지나가는 것을 알리는 기수 포함 3명의 인원 필수 등 비현실적인 조건을 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자동차 운행을 강력하게 제제한 이유는 마부들의 거센 저항 때문이었다. 마부들이 자동차가 기존 마차들이 영위하던 이동·물류 사업을 침범한다고 반발하자 영국 정부는 마부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적기조례를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적기조례는 시대에 뒤떨어진 집단 이기주의의 산물이었을 뿐이었다. 이미 당시 증기자동차는 시속 30km로 달릴 수 있을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규태 박사는 “적기조례 때문에 영국은 가장 먼저 자동차를 개발하고도 자동차 산업을 포기해야 했고, 훨씬 뒤에 개발된 증기기관을 이용한 철도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마부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적기조례는 영국의 산업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지적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아버지인 고틀리프 다임러와 벤츠를 배출한 독일 역시 당시 공공도로에서 자동차를 운행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았다. 이유는 영국과 마찬가지로 마부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내연기관 자동차 ‘모터바겐3’으로 세계 최초로 장거리 운전을 하고 브레이크까지 개발한 카를 벤츠의 아내 베르타 벤츠의 행동도 당시로서는 위법이었다. 결국 증기자동차를 탄생시킨 영국과 내연기관 자동차를 개발한 독일은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프랑스에 내줘야 했다.

1차 세계대전에 동원된 말들.
법과 제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낸 마차 산업은 1차 세계대전으로 종말을 맞게 된다. 1914년 1차 대전이 발발하자 당시 주요 운송수단이던 말들이 강제 징집됐다. 4년의 전쟁 기간 동안 1000만 명의 사망자 숫자에 육박하는 900만 마리의 말이 죽었다. 마차를 끌 말을 구할 수 없게 되자 마차 산업은 붕괴했고 그 자리는 자연스럽게 자동차가 메우게 된다.

임 박사는 “영국과 독일은 결국 사라질 산업을 지키기 위해 월등히 뛰어난 미래 기술을 희생시켰다”라며 “특정 집단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임규태 박사가 서울 중구 순화동 KG하모니홀에서 ‘위대한 생각’ 지상 강연 ‘인더스토리Ⅲ’ 1강 ‘바퀴(輪)’ 편을 강의하고 있다. ‘인더스토리’는 이 세상 모든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코너로 시즌3에서는 교통·물류산업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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