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펫(pet)족이 늘면서 시중은행이 동물병원 공략에 나섰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고조되면서 펫 의료에 대한 수요도 늘자 동물병원 성장성도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우량 고객으로 떠오른 수의사나 동물병원을 상대로 특화 대출상품이나 특화카드를 선보이면서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동물병원·수의사 특화 대출 강화하는 은행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신한동물병원대출’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최근 3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동물병원을 운영한 지 3년 이상이면서 같은 장소에서 1년 이상 운영했고, 매출액 3억원 이상이면 최대한도인 3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한동물병원대출’은 지난 2007년 출시된 이후 꾸준히 나가 이달 14일 기준 대출자 284명, 잔액 306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한도를 높인 지난달 7일 이후 대출받은 동물병원장은 61명, 대출액은 74억원으로 전체의 20%가 최근 한 달여 간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거래 동물병원을 10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EB하나은행은 전문직 대출인 ‘하나수의사클럽대출’을 판매 중이다. 수의사나 수의장교, 공중방역수의사, 수의학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출해주는 상품으로 이달 14일 기준 대출잔액은 215억원 수준이다. 우리은행도 수의사를 대상으로 전문직 대출이나 소상공인 대출 등을 내주고 있다.
수의사가 소속돼 있는 단체와도 속속 손잡는 모습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위한 펫 금융상품 패키지를 금융권 최초로 선보인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한국동물병원협회와 협약을 맺고 회원인 수의사를 대상으로 금융상품 마케팅에 나섰다. 수의사에게 맞는 세무나 부동산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금융과 펫의료를 융합한 새로운 상품을 함께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도 지역별 수의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당 지역 은행 영업점과 동물병원을 연결해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인천, 대구, 경북, 울산 수의사회와 협약을 체결했고 강원, 광주, 전남에서도 곧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동물병원 특화 신용카드도 선보이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참! 좋은 내사랑 펫 카드’는 전국의 동물병원을 포함해 애완동물 업종으로 등록된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10%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위비할인카드는 동물병원에서 사용한 금액의 7%를 청구할인해주고 위비포인트카드는 최대 7%를 적립해준다. 신한 역시 지역 수의사회와 특화 동물병원 사업자 전용카드나 대한수의사회 회원카드 형태로 동물병원 전용 신용카드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족 같은 펫…동물병원에 쓰는 돈 는다
이처럼 시중은행이 동물병원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면서 동물병원의 성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KB국민카드 이용자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30.9%였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2020년 약 6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조사에서 향후 반려동물 관련 활성화가 필요한 산업으로 40.7%가 ‘의료 및 미용시장’을 꼽았다. 반려동물 양육가구 중 사고를 경험한 가구는 44.5%로 절반에 가까웠다. 그만큼 동물병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동물병원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지난 2010년 3117억원에서 작년 7864억원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2015년 사용액은 6800억원 수준으로 반려동물 시장의 3분의 1 정도를 동물병원이 차지한 것이다. 동물병원은 은행 입장에서 우량 소호(SOHO) 고객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면서 펫 의료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충분히 성장성 있는 시장인 만큼 동물병원이나 수의사 고객에 대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