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선상원 기자I 2016.02.25 10:11:23

창비 50주년 기념식서, 정치 새 판짜기 또 강조
국민과 민족, 민주·통일을 창비정신으로 평가
북한붕괴 통한 통일에 선 그어… 정계복귀 관심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정계은퇴 후 전남 강진에 칩거하고 있는 손학규 전 대표가 24일 ‘정치 새 판짜기’를 다시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러시아 극동문제연구소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귀국하면서 새 판짜기를 언급한 뒤 두 번째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계간지 ‘창작과비평(창비)’ 창간 50주년 행사에 참석해 “다산 정약용이 강진 초당에 머물며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이때 우리는 비로소 정치의 판을 새롭게 짤 수 있고, 우리는 비로소 평화로운 국가연합을 이루고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도 안돼 다시 정치권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손 전 대표가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만약 총선 전후로 정계에 복귀한다면 다산이 백성들을 위해 모색하고 실천했던 실사구시의 진보적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 전 대표는 귀국 길에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정치 현실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우물에 빠진 정치와 같다”며 “정말 새 판을 짜서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우물에 빠진 정치에서 헤어 나올 수 있는 길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창비 50주년 축사를 통해 유난히 국민과 민족, 민주와 통일을 강조했다. 정치권 새 판짜기의 목적이 국민과 민족에 있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고 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손 전 대표는 “독자가 없는 문학이 존재할 수 없듯이 국민이 없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며 “풀뿌리 민중이 하나로 뭉쳐 남북 하나되고 동아시아 민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창비 정신을 치켜세웠다. 손 전 대표는 “창비는 우리의 힘이었다. 박정희 전두환과 싸우는 젊은이들에게 무기였다. 창비는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장식품으로도 위력을 다했다. 창비를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을 회고했다.

손 전 대표는 “소위 말하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창비에 소개된) 분례기 객지 등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소설. 금강은 빼놓을 수 없는 서사시였다. 민족 민주 민중은 우리의 삶이었다. 창비는 민족문화론의 산실이었고 리얼리즘이 거기 있었고 사회, 경제평론이 가미되었다”고 평가했다.

민주화의 역사와 평화통일도 창비에 있었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창비는 분단체제론의 모태였다. 평화와 통일이 거기 있었다. 복합국가체제, 국가연합 모색, 사회구성체 논쟁도 여기 있었다. 민주화의 역사였다. 운동성의 회복과 민주주의의 성찰이 역기에 있었다. 문학과 역사와 사회가 하나의 유기물로 파악되었다”며 거듭 창비 정신에 의미를 부여했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다고 하는 지금도 창비 정신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이러한 창비의 정신은 오늘도 그대로 유효하다. 민족은 끊을 수 없는 동력의 원천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염원이다. 통일은 평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과정으로써의 통일을 얘기한 것으로 남북간에 평화공존을 구축하는 것이 통일을 이룰 수 있는 첩경이라는 의미이다.

손 전 대표는 이어 “압박과 붕괴 통한 통일은 이뤄질 수도 없고 동포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만나서 접촉하고 개혁하는 것이 변화의 원천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굳건히 확립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언급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한 후 대북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박근혜정부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북한 와해론과 궤멸론을 밝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둔 발언일 수도 있다. 손 전 대표측은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행보로 보일 수 있는 손 전 대표의 발언이 잦아진 것은 사실이다. 2년 가까이 칩거하고 있는 손 전 대표가 봄이 오면 발길을 정치권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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