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더라도 한국의 신용등급(Aa3)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미국의 경기회복을 전제로 출구전략을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톰 번(Tom Byrne) 무디스 부사장은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우려해야 할 부분은 미국의 출구전략이 아니라 한국의 주요 수출국인 미국의 경제 성장이 멈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만큼 여유있는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 적자를 메우기 위한 차입 부담이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아 미국의 출구전략 이후 채권 금리가 오르더라도 한국에는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램 노드(Graeme Knowd) 무디스 금융기관 담당 이사 역시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한다는 것은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수요 증가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기업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무디스가 위험도가 높다고 뽑은 업종 중 조선·해운업에 대해 그는 “미국 경기 회복으로 수출이 늘면서 신규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고전했던 업종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부동산과 건설업종에 대해서는 “내수 중심 업종으로 미국의 출구전략보다는 가계부채 증가와 내수 성장세 둔화가 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번 부사장은 엔저 현상에 대해 “한국 기업은 엔저 현상이 더 심했던 금융위기 이전에도 수출을 잘 했다”며 “아직 엔화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절하되지 않았고 한국 기업도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가격을 넘어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발적 요소로는 공공기관의 재정건전성을 꼽았다. 무디스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30%에서 지난해 34%로 소폭 높아졌다. 그에 비해 GDP 대비 비금융공사채 비율이 같은기간 동안 12%에서 23%대로 상승폭이 더 컸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확대되고 있는 점 또한 민간소비 지출을 감소시켜 한국의 경제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번 부사장은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대해 “젊은 피가 새로운 산업에 투입돼야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다”며 “한국이 지나친 재벌 지배구조였지만 구조적 변화로 중소기업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면 한국 경제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한국 은행산업 전망이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현희 무디스 연구원은 “한국은 올해 2~3% 수준의 GDP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은행 역시 한 자리수 초반대의 신용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