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장이 연초부터 4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관행 개선을 주문하고, 공생방안이 확산될 수 있도록 모범규준을 만들어 직접 제시하기로 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장은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4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다른 나라는 부의 편중 문제가 큰 이슈인 반면 우리나라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많은 대기업들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의 사정은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SI(시스템통합)·광고·건설·물류 등의 분야는 중소기업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다”고 지적하고 “(이번 방안으로) 계열사 물량에 안주해 온 일부 대기업도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김 위원장이 작년 1월 취임했을 당시부터 강조한 사항이다. 작년 공정위는 하도급법 개정, 대규모 유통업법 제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동반성장 문화 정착에 힘써왔지만 김 위원장은 올초 기자간담회에서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었다.
이에 따라 성장보다 분배가 점차 중요시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올해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공정위의 중점과제로 이어가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공정위는 이 같은 공생 발전 문화가 넓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모범규준도 만들 계획이다. 신영선 시장감시국장은 “4대 그룹의 방안이 다른 30대 그룹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모범 규준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순택 삼성 부회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 김영태 SK 사장이 참석했으며, 4대 그룹은 이날 간담회 후 중소기업 공생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