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으로 `관리의 삼성` 시대에 종결을 고하고 `효율의 삼성` 개막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 IMF 당시 조직을 12개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로 개편했던 규모보다 훨씬 큰 `사상 초유`의 조직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살찐 고양이`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대적 조직 개편.."핵심은 현장에"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현장`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 임원의 3분의2를 순환시키고, 능력이 검증된 임직원들의 경우 영업일선 전면에 배치해 글로벌 경기 침체를 뚫을 수많은 `승부사들`로 키워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장에서 발견되는 문제점을 신속하게 의사 결정해 경영 스피드를 올리고, 대형거래선을 중심으로 한 신뢰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됐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성장성이 보이는 사업은 빠르고 면밀하게 경제성을 판단, 신규 사업으로 궤도에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4개 총괄 사업을 2개부문으로 개편한 것은 조직을 슬림화해 시너지를 배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제품간 보이지 않는 경쟁구조는 물론 내부 및 외부 고객이 상충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며 "이번 개편을 통해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을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즉 제품과 부품의 고객 구도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부품과 제품 퀄리티를 더욱 높여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다른 관계자는 "앞으로는 현장의 판단과 목소리를 수렴해 결론을 내리는 일련의 과정들이 간소화된 만큼 의사 결정이 벤처기업들 못지 않게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팻캣(fat cat)으론 쥐를 못잡는다`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삼성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조직을 갈아 엎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그동안 삼성은 IMF를 이겨내면서 메모리 세계 1위, 디지털TV 세계 1위, 휴대폰 세계 2위로 도약함과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여기에 특히 경영지원총괄 등 전사조직에 힘이 실리면서 삼성전자는 `관리의 삼성`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벗고 `효율의 삼성`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의 `살찐 고양이는 쥐를 잡지 못한다`는 경영철학이 다시 한번 현실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삼성전자는 비대한 고양이(fat cat)가 아닌 큰 고양이(Big Cat)로 쥐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그만큼 세계 경기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효율화 차원에서 삼성전자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가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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