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기자] 20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주인공은 단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다.
그는 1년2개월간의 경선 레이스 끝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라는 타이틀을 손에 쥐었다. 한나라당 지지율이 50%를 웃도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날 승리로 17대 대통령직까지 거머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이날 한나라당은 이 후보보다 박근혜 후보를 더 주목하고 더 높이 평가했다. 박 후보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 직후 두말 없이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한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 후보와 박 후보의 표차는 불과 2452표. 전체 유효투표수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특히 당원, 대의원, 일반 국민들의 직접 선거에서는 이 후보보다 432표나 앞섰으면서도 다소 불확실하다는 여론조사에서 지는 바람에 패배해 아쉬움이 컸다.
경선 결과가 당내외에 알려졌을 당시만 해도 박 후보측이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경선 불복'까지는 안 가도 최소한 '재검표'는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후보측 모 의원도 경선 발표 직후 "당원, 대의원, 일반인 직접 선거에서는 이겼는데 여론 조사에서 져서 참 승복하기 힘들다"며 "곧 대책회의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후보측 일부 지지자들은 전당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경선 불복"을 외치며 한때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선거 참모들과 의논도 하지 않고 곧바로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결정했다. 체육관 내에서는 박 후보, 이 후보 지지자를 가릴 것 없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런 행동은 박 후보의 그간 성격과 성품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고된 일이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날 전당대회 시작 전 박 후보의 경선 불복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절대 없다"며 "박 후보의 약속어음은 현찰보다 가치가 높다"고 비유했다. 여러차례 경선 결과 승복을 약속한 이상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
'정치인' 박 후보의 이런 모습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대조된다. 박 전 대통령은 조국을 근대화시킨 공로를 높이 평가받으면서도 당초 약속과 달리 대통령직을 장기 집권해 권력을 부패시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런 박 후보의 성격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평가. 실제 박 후보를 만나보거나 그의 자서전을 꼼꼼히 읽어보면 그가 아버지 보다는 어머니를 더 본받으려 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박 후보는 지난 7월 펴낸 자서전에서 "어머니가 나의 우상이었다"면서 "남에게는 사려 깊고 부드러웠지만 자신에게만큼은 엄격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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