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외모지침’ 역풍에 여가부, 해당 문구 수정키로

송이라 기자I 2019.02.20 10:05:15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논란
"마른 몸매, 하얀 피부 획일적" 문구, 독재·검열 지적 잇따라
여가부 "본 취지 왜곡…논란 문구 삭제 또는 수정"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간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서 아이돌의 외모지침을 제시한 문구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해당 문구를 수정 또는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문구가 본래 취지와는 달리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시인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여가부가 발간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속 문제가 된 2-2 문항
이건정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20일 오전 MBC 라디오프로그램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용된 사례가 논란과 오해의 여지가 상당히 많다는 자체평가가 있고 본래 취지를 왜곡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이나 삭제를 포함한 개선안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출발은 여가부가 지난 12일 방송실무자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내용이다.

이 안내서에서 여가부는 외모 획일화의 사례로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는 소제목 하에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합니다”라는 문항을 넣으면서 정부가 방송 출연자의 외모마저 규제하려는 인상을 풍기며 비판이 확산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면서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외모에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여가부 기준으로 단속하려 하나. 군사독재 시절 두발,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며 “진선미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냐”고 지적했다.

장능인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18일 “국민 외모까지 간섭하는 국가주의 망령을 규탄한다. 인터넷 사이트 접속 검열, 방송 장악 시도에 이어 이제 외모 통제냐”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이 국장은 “방송에서 보여지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가 일반 성인뿐 아니라 아동·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니 방송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이런 요소를 고려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이었다”며 “하지만 획일적인 외모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내용과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 과도한 비율 출연이란 것은 다른 내용일 수 있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내서 상 표현이 본래 목적과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이어 “개인의 다양성과 사적 취향 그리고 지향점이란 것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획일적인 기준을 자꾸 강조하는 프로그램들은 무리가 있으니 과도한 강조는 자제해 달라는게 우리의 목적”이라며 “규제나 검열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불편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가부는 문제가 되는 2-2 항목 전체를 수정해 재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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