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친박 책임론’…"진박은 정계은퇴해야" 주장도

강신우 기자I 2016.12.11 17:12:32

정진석 “친박지도부 국민도 인정하지 않을 것”
비박계 친박 공세 속에서도 탈당은 ‘고민’
당내서 친박과 선긋기로 선명성 대결할 듯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상시국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새누리당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정현 대표 등 이른바 ‘친박지도부’가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결국 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압도적인 찬성표로 가결되면서 당의 권력이 사실상 비박계로 넘어왔지만 실권을 쥔 지도부의 자진사퇴 없이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탈당을 통한 신당 창당설이 나오고 있다.

◇정진석도 외면한 ‘친박지도부’

비박계 뿐만 아니라 중도성향의 정진석 원내대표도 친박 지도부를 완전히 외면했다. 정 원내대표는 11일 한 언론인터뷰에서 “정국 수습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야당에서 친박 지도부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겠느냐”라며 “국민도 친박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경필·김용태 등 탈당파에선 “진박은 정계에서 은퇴해야 한다”며 압박한 데 이어 신당 창당을 하겠다며 나섰다.

비박계 주축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하고 친박 지도부의 즉각 사퇴와 인적 쇄신 문제를 두고 논의했다.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지도부에 퇴진 시점을 요구할 것”이라며 “더이상 한없이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지도력을 상실한 몇 안 되는 강성 친박들이 당권을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당권을 볼모로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탈당을 통한 신당창당에 대한 말은 아꼈다. 그는 ‘단호하게 탈당하겠다는 의원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말도 있다”면서도 “탈당 방식에 대한 논의는 명확하게 얘기할 수 없다. 그런 내용을 결정한 것은 아니고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는 당권의 승기를 쥔 상황에서 일부 친박의 버티기 때문에 굳이 탈당을 결심할 이유가 있느냐는 말로도 해석된다. 비박계의 뚜렷한 차기 대선 후보가 없는 것도 탈당을 망설이는 배경이다.

◇‘강성친박 책임론’ 대두될 듯

상황이 이렇자 당내에서 친박과의 선긋기를 통한 선명성 대결로 여론형성을 하자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정 원내대표가 이 대표를 작심 비판한 것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 대표가 동반사퇴를 주장한 것에 대해 “그 동안 이 대표는 ‘절대로 자기보다 먼저 물러나면 안 된다. 당 수습을 해줘야 한다’고 내게 부탁했는데 갑자기 말을 바꿔 뜻밖이고 의아하다”며 “내 거취에 대해 당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무슨 의도가 있는 듯한 그런 발언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강성친박 책임론’도 꺼냈다. 그는 당 내홍 심화조짐에 대해 “당을 유지하는 문제와 당권을 차지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겸손하게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해야 한다”며 “당을 분열과 파국으로 몰아가는 의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책임지게 돼 있다”고 했다.

앞서 이 대표는 탄핵안 가결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도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만 마련되면 정 원내대표와 동반 사퇴하겠다”며 즉각 사퇴를 거부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 본인이 잘 알아서 하겠지만 우리 둘은 이번 사태에 책임지고 깨끗하게 사퇴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정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강성 친박계는 탄핵정국서 압도적인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저자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비박의 총 공세에도 기자 간담회 형식을 빌린 공식논평은 하지 않았고 자신의 휴대전화도 꺼놓은 채 일체의 발언을 삼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비박이 빨리 친박을 몰아내고 재창당을 하면 좋지만 친박과 대립구도 속에서 ‘이들과는 다르다’라는 결의와 의지를 보이는 것도 여론에 나쁘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비박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만큼 분당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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