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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프스 바지 하나로 나이키·언더아머 희비 교차

권소현 기자I 2016.08.18 11:19:43

치열한 스포츠 마케팅 세계에서 한방 먹은 언더 아머
예상치 못한 광고효과에 나이키 함박웃음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표지(좌)와 언더 아머 광고(우)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스포츠용품 업체 언더 아머가 자사 모델인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의 선전에 웃었다가 다시 울었다. 펠프스가 한 스포츠 잡지 표지모델 촬영에 경쟁사인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는 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다. 최근 스포츠 용품 시장에서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언더 아머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었던 나이키는 함박웃음이다.

리우 올림픽에서 수영 5관왕에 오른 펠프스는 여자 수영 4관왕인 케이티 러데키와 체조 4관왕인 시몬 빌스와 함께 17일(현지시간) 바라 올람픽 파크에 위치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15분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잡지 표지 사진을 찍었다. 이 잡지는 1800만명 이상이 구독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 잡지다. 우수한 성적을 거둬 이 잡지 표지에 실린 선수가 팀이 다음 시즌 부진한 성적을 낸다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징크스’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영향력 있는 매체다.

여기서 펠프스가 착용한 나이키 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펠프스는 지난 2010년 언더 아머와 후원계약을 체결한 후 지금까지 언더 아머의 대표 모델로 활동해왔다. 자신의 후원사 제품이 아닌 경쟁사 제품을 입은 데다 검은 바지에 새겨진 하얀색 나이키 로고가 두드러져 나이키는 간접 광고 효과를 얻게 됐다. 에이펙스 마케팅 그룹은 이 사진 한장으로 나이키는 45만3000달러 규모의 브랜드 노출 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했다.

언더 아머와 펠프스의 소속사인 옥타곤 월드와이드는 공식적으로는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나이키가 미국 대표팀을 후원하고 있고,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선수들에게 나이키 의상을 입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펠프스는 나이키 의상을 입어야 하는 미국 올림픽위원회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가 왔고 프레스센터 역시 올림픽 공식 행사장소긴 하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3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올림픽위원회가 잡지 사진 촬영에서까지 이같이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실제 촬영장을 담은 영상에서 펠프스는 바지를 제외하고는 나이키가 아닌 다른 브랜드를 착용했다. 신발은 언더 아머 제품이었고 상의는 영국 브랜드 테드베이커의 폴로였다.

함께 사진을 촬영한 러더키는 상·하의 모두 나이키 제품을 입었지만 시몬 빌스는 언더아머르 경기복을 착용했다. 빌스는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다만 러더키와 빌스의 의상에서는 브랜드 로고가 노출되지 않아 크게 문제 되지는 않았다.

옥타곤 월드와이드의 피터 칼리슬은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출전한 선수들이 언제 무엇을 입어야 하는 지에 대해 상당히 복잡한 규정과 계약이 있다”며 “이런 규정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따르는 것은 늘 도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펠프스의 경쟁사 로고 노출은 스포츠 마케팅의 세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 운동 선수와 에이전트 매니저, 마케팅 팀은 언제 무슨 옷을 입고 어떻게 브랜드를 노출할 것인지에 대해 치밀하게 전략을 짠다. 그만큼 대규모 후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릭 버튼 전 미국 올림픽위원회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나이키는 이 사진은 회사 벽에 붙여놓을 테고 언더 아머는 아마 문 뒤에서 화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 스포츠 용품 업체들은 선수 후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브랜드 홍보에 나선다. 특히 나이키의 후원을 받던 농구 선수 스테판 커리가 언더 아머와 손을 잡으면서 스포츠 마케팅을 두고 두 업체 간 기싸움이 부각되기도 했다.

나이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내세워 성장했다가 우즈의 추락과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반면 언더 아머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와 계약을 맺어 잇달아 대박을 터뜨렸다. 스티븐 커리를 비롯해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조던 스피스, 워싱턴 내셔널스 간판타자인 브라이스 하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번 펠프스의 나이키 바지 작용으로 배가 아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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