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포세대의 '웃픈' 사랑과 현실

이윤정 기자I 2015.08.02 17:32:36

연극 '연애를 부탁해'
88만원세대 유쾌·감동 드라마
"나와 주변 이야기처럼 공감 끌어내려"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오픈런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4명의 남녀가 셰어하우스에 모였다. 월세라도 절약하기 위해서다. 면접관이 시키는 대로 노래와 춤도 췄는데 결과는 탈락. 정리해고 대상자라는 말에 “개XX야!”라고 욕을 하다가도 “장난감이라도 좋으니까 일하게 해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울부짖는 모습은 한마디로 ‘웃프다’(웃기면서도 슬프다). 그 와중에도 ‘썸’ 타는 남녀의 미묘한 상황은 잊고 있던 연애세포를 깨운다.

‘칠포세대’의 사랑과 현실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연극 ‘연애를 부탁해’가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두 달여 만에 관객 2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박인선 연출은 “남녀가 만나 사랑하게 되는 로맨틱 요소와 청춘의 고민을 함께 들여다봤다”며 “각박한 현실을 가감없이 표현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애를 부탁해’는 경제적인 문제로 4명의 남녀가 셰어하우스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88만원 계약직 남녀가 집주인 ‘갑’과 세입자 ‘을’로 만난다는 설정 위에 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하고 사는 ‘칠포세대’ 청춘의 속내를 솔직하게 그린다. 박 연출은 “10년 전만 해도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처럼 또래가 함께 사는 에피소드를 다룬 시트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나 혼자 산다’ 등이 오히려 인기”라며 “같이 사는 불편함이 오히려 특별한 예전의 향수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작품은 ‘로맨틱코미디’ 코드를 유지하면서도 사회문제를 집요하게 꼬집는다. 고아로 자라난 ‘최미현’은 공부를 하기 위해 빚쟁이가 돼가는 현실 속에서 꿈조차 꾸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만년 이등이던 아버지의 꿈을 이루고자 수영선수가 된 ‘이정우’는 수영팀이 해체되자 88만원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만다. 취업면접, 자기소개서 등을 모두 학원에서 배운 ‘서익호’는 사랑도 학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한다. 10년간 아이돌 연습생만 하다 결국 데뷔에 실패하고 취업준비 중인 ‘이현실’에게 세상은 처절하기만 하다. 박 연출은 “동떨어진 누군가가 아닌 이 시대를 살고있는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로 공감을 끌어내려 했다”며 “풍자장면에서 많이들 웃더라. 관객들 역시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무대는 소극장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학원, 셰어하우스, 민박집 등으로 쉴새없이 바뀐다. 관객과의 소통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공연 중 관객 한 명은 ‘개’가 되기도 하고 야구장 ‘키스타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박 연출은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공간을 수시로 바꾸며 소극장다운 재기발랄함을 살렸다”며 “상황의 이해를 돕는 무대 양쪽의 모니터 영상도 놓치지 말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연극 ‘연애를 부탁해’의 한 장면(사진=인아츠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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