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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고령인 그리스대통령이 롯데호텔 찾은 이유

류성 기자I 2013.12.03 14:05:26

방만한 공공부문 운영하다 국가재정 파탄난 그리스
돌파구로 택한 민영화 매물 투자유치위해 방한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유럽 발칸반도 남단에 위치한 인구 1100만명의 나라 그리스.

국토면적은 한반도 절반 가량으로 작은 편이지만 지난 2008년부터 유럽대륙을 휩쓸고 있는 재정위기를 격화시킨 장본인이다. 지금은 EU, IMF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국가부도 위기 직전에서 가까스로 벗어나 기사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들어 혹독한 구조조정과 국가 자산의 민영화 등을 통해 그리스 경제가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라는 단어 대신 그리스의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그레커버리(Grecovery)’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280억달러에 달하던 경상적자가 올해는 16억달러 흑자전환이 확실시 될 정도로 그리스 경제의 체질이 대폭 개선됐다.

이런 유럽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그리스의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이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찾았다. 예론또뿔로스 외교부 차관, 다바끼스 국방부 차관 및 정부·경제사절단 등 70여명을 대동하고서다.

올해로 84세인 고령의 카롤로스 대통령이 머나먼 한국을 직접 방문한 이유는 뭘까. 명목은 전경련 등 경제4단체가 초청한 ‘한-그리스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국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주목적이었다.

카롤로스 대통령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그리스와 한국의 주요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생산적인 대화와 협력을 창출해 사업계약까지 체결하길 기원한다”는 직설법을 쓰기도 했다.

카롤로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전장에서 서로를 지켜준 사이”라며 “한·그리스 양국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경제발전이 공동 목표이며, 지금이 바로 양국 협력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리스가 세계 최대규모의 선박을 보유한 전통의 해운강국”이라며 “세계 최고의 조선기술을 갖춘 한국과 선박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한국측에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한화 박재홍 대표이사(상의 대표), 권영렬 화천기계 회장(무협 대표) 등 경제4단체 대표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인사 1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잇달아 나선 빠나지오티스 미하엘 그리스 외교부 국제경제협력국장, 스테파노스 아이싸이아스 그리스 투자청장, 디오니시스 쁘로토파파스 그리스 외교부 경제협력국 고문등은 한결같이 “지금의 그리스는 한국기업들이 투자하기에 최적기”라며 투자 유치에 열을 올렸다.

이들이 이날 가장 강조한 분야는 국가가 소유한 회사나 자산의 민영화였다. 공공부문의 비대화로 재정적자가 악화되면서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리자 민영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스테파노스 그리스 투자청장은 이 자리에서 “그리스는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개방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관광, 선박, 해양리조트, 농업, 에너지 분야등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오니시스 고문은 “철도, 공항 분야에서 민영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기업들이 민영화를 위해 내놓은 매물에 대해 적극적인 투자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조선과 해운분야에서 양국간 성공적 파트너십은 양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고 평가하고 “향후에도 자동차 부품, 풍력 및 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이 전경련 등 경제4단체가 주최한 오찬간담회에서 “한국기업들이 그리스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달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전경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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