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금융위원회가 6개월 `산고` 끝에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연착륙`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대책 명칭에서 볼 수 있듯 금융회사나 소비자들에게 당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대책들보다 시장매커니즘에 따라 점진적으로 가계빚을 줄여나갈 정책들이 주로 채택됐다.
`관치의 달인`이라 불리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하다고 할 정도의 대책"이라고 예고한 것을 감안하면 다소 싱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 민감한 대책들,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 확정
이번 대책은 크게 ▲가계부채 증가속도 관리방안 ▲비합리적인 가계대출 구조 개선방안 ▲규제 강화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등 3가지로 구성됐다.
이석준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번 대책은 일회성으로 끝난다기보다 오늘 대책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융위는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5년간 경제성장률 평균을 초과하는 대출금에 대한 준비금 적립 ▲은행 예대율 규제비율(100%) 하향 조정 ▲대출 만기·거치기간 연장관행 개선방안 등 소비자들과 금융회사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상당수 대책들을 추가 과제로 남겨놨다.
◇직접 규제보다 간접규제..은행권 자율로 DTI 규제
대책의 핵심내용인 가계부채 증가속도 관리방안은 대부분 직접 규제보단 간접적인 규제 방식을 택했다. 또 은행권보다 최근 가계부채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2금융권에 대한 규제강도가 더 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은행권의 경우 현재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은행권 자율적으로 전체 대출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담보가 충분해도 소득에 비해 과도한 대출은 받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중 DTI규제를 적용하는 대출은 27.1%에 불과하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은행권 공동의 모범규준이나 내규를 통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안을 앞으로 은행권과 협의해 하반기중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은행들이 만기 5년 이하 일시상환 대출이 연소득의 5배 이상 웃돌거나 3건 이상을 대출하는 등 고위험 대출로 분류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위험가중치를 높이기로 했다.
당초 2013년말로 예정돼 있었던 예대율 100% 규제 도입시기도 2012년 6월말로 1년 6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 상호금융회사 비과세 혜택 단계적 축소..건전성·충당금 기준 강화
농·수·신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 예금 이자소득세(15.4%) 비과세 혜택은 당초 일몰 예정대로 순차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2013년부터 이자소득의 5%, 2014년부터 9%씩 과세한다. 또 이들 상호금융회사의 여신 건전성 분류 기준과 대손충당금 최소 적립기준도 은행권 수준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강화된 기준 적용시점을 2년간 유예후 3년간 단계적으로 높이도록 유도, 금융회사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을 줬다. 이미 발표한 신용카드사와 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한 레버리지 규제 역시 3년간 유예기간을 둬 충격을 최소화했다.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 소득공제 1500만원으로 확대
가계대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들은 소비자들이나 금융회사들에게 인센티브나 불이익를 주는 방안 위주로 구성됐다.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원리금 분할상환대출의 소득공제 한도는 현행 1000만원에서 1500만원에서 500만원 상향조정된다. 반면 변동금리 대출이나 거치식 대출의 소득공제한도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축소된다. 체크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은 또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대출 비중을 2016년말까지 3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 현재 은행권 평균은 5%에 불과하다. 국내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것만 떼놓고 보면 달성하기 불가능한 목표치"라고 말했다. 대출 금리 구조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도의 제도적 규제없이 은행 자체 목표와 금감원 지도감독으로 목표치를 점검한다는 계획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