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4일 오전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 하청업체 직원이던 최병승 씨가 현대차(005380)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판결 중 배치대기발령 중 최씨가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현대차의 임금지급의무를 인정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나머지 부분은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씨는 2002년 3월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예성기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자동차조립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정규직화 투쟁을 벌이다 2005년 2월 현대차로부터 출입증을 회수당하고 해고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을 통해 이 사건 부당해고를 확인하고 원직복직명령이 내려지자 현대차는 2013년 1월 최씨에 대해 배치대기 인사발령했다. 배치대기발령 기간 동안 최씨는 출근을 하지 않았고 2016년 12월 현대차는 최씨를 징계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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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현대차의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고 최씨의 가산금 청구도 인용했다. 2심은 조금 달랐다. 해고가 무효라는 판단은 같았지만 가산금 청구는 배척했다.
대법원은 최씨가 배치대기발령에 불응해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현대차가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고 원심판결 중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그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확정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부당해고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일시적인 대기발령을 하는 경우 그 대기발령이 아무런 보직을 부여하지 않는 인사명령으로서 원직복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며 “현대차가 원고 최씨에게 보직을 제시하지 않은 채 배치대기 인사발령을 한 것은 그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로 인해 원고 측이 받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이 있다거나 그 불이익이 크다고 볼 수 없고, 원고 측과의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쳤다고 인정되므로 배치대기발령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에 불응해 원고가 출근하지 않은 것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출근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현대차의 임금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 부분을 일부 파기·환송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대기발령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당해고된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대기발령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적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대기발령이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 정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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