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괴물'의 진실 말할 수 없었던 이유..."무시무시한 조직"

박지혜 기자I 2018.02.07 10:31:07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알려진 최영미 시인이 문단에 성추행과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으나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밝혔다.

최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린 시 ‘괴물’에서 ‘En 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며 한 가상의 여성 문인의 피해와 경험, 가해 문인과 문단 내 분위기 등을 표현했다.

최근 이 시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되며 성폭력 행태 고발을 뜻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학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최영미 시인 (사진=이데일리DB)
최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제의 원로 시인이 입장을 밝힌 데 대해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상습범이고 한 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한 매체는 ‘후배 문인을 격려한다는 취지에서 한 행동이 성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된 행동이라 생각하고 뉘우친다’는 원로 시인의 입장을 보도했다.

또 최 시인은 “문단 대 성폭력 문제는 자신이 등단할 때부터 일상화돼 있었고 권력을 지닌 남성 문인의 성적 요구를 거절하면 원고 청탁을 하지 않고 비평도 실어주지 않는 방식으로 복수해 작가 생명이 끝나게 한다”고 밝혔다.

최 시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서지현 검사를 언급하며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 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며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 뒤에 아무런 조직도, 지원군도 없는데 어떻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강조했다.

성추행 폭로 #Me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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