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치과의사의 안면부 보톡스 시술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는 ‘보톡스 시술은 치과의사의 의료면허 범위를 넘는다’는 기존 판례를 뒤집고 ‘의료 소비자의 선택권’ 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반영한 판결이어서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 1개소법 (의료법 33조 8항)의 위헌 여부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7월 21일, 눈가 및 미간 안면부에 미용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해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1심과 2심의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취지로 환송 시켰다.
원심취소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인 것이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 상황의 변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의료법은) 의료의 발전과 의료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널리 열어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률규정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의 치과의사 보톡스 시술관련 판결은 지난 3월 헌재 공개변론을 통해 의료법 33조 8항, 소위 1인 1개소법의 위헌을 주장했던 네트워크 병원 측의 주장과 일치하고 있어 1인 1개소법의 위헌판결에 여론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공개변론 당시 위헌청구 대리인 측은 ‘의료 행위는 갈수록 전문화, 세분화 되고 있기에 각 진료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의료기관이 존재하여 이를 의료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정 진료과목에 전문화된 네트워크 병원들 또한 다양한 의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1인 1개소 법은 영세한 1인숍 규모의 동네 의원 형태만을 운영하도록 제한하는 역효과로 인해 의료계의 전체적인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판결문에서는 “의료 행위의 개념이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인 것”이라고 했지만 1인 1개소 법은 의료시장의 개방, 해외 환자 유치, 원격진료의 도입 등 고도로 전문화, 조직화 되어 가고 있는 의료계의 상황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유디의 고광욱 대표는 “1인 1개소 법은 시대에 역행할 뿐 아니라 의료계의 경쟁적 발전을 막고 의료소비자의 선택권 마저 제한하는 완전히 잘못된 조항”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정부의 정책방안 및 의료계의 목소리 등을 수용 해 현명한 판결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