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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사우디는 이란이 가세하지 않으면 증산 동결에 찬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주요 산유국 협의를 앞두고 자세 변화 조짐을 보였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지난 12일 사우디와 러시아가 원유 증산 동결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산유국들은 오는 10월까지 지난 1월 수준의 산유량으로 동결하기로 하는 합의문 초안까지 작성했다. 사우디의 동의하에 동결에 대한 논의가 꽤 심도 있게 진행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막판에 이란을 또 걸고 넘어졌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부 왕세자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포함해 주요 산유국이 모두 동의해야 생산량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참여를 다시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이란은 이번 회의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다. 이란은 석유장관 대신 OPEC 주재 대표를 보내려고 했지만, 회의 당일 불참을 선언했다. “카타르 도하 회의는 산유량을 동결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이란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방의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은 2012년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이 늘어날 때까지 계속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는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과 오랜 정치적 적대관계를 이어왔다. 사우디가 이란을 빌미로 동결 합의를 무산시킨 것은 석유를 지렛대 삼아 정치적 앙숙인 이란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석유장관은 “회의 전에 기본합의를 해놓고 초안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의외”라면서 “모두 산유량 동결에 동의할 것으로 생각하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셰일 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섞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동결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최근 40달러 위로 치솟은 상태다. 저유가가 지속하면서 고사단계에 접어들었던 미국 셰일 업계가 국제유가가 반등하면 다시 경쟁력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중동 산유국 안팎에서는 형성돼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산유국이 일사 분란하게 협조해 행동에 나서기는 더 어려워졌다”면서 “오펙 내에서도 이해관계의 충돌이 자주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