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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에 경력법관을 어떻게 뽑았는지 물으면 대답이 없다. 시험도 본다는데 무슨 시험인지도 공개를 안한다. ‘재판연구원(로클럭)이 민사·형사사건을 많이 다뤄봤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판연구원이 뻔히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을 보이는 민사·형사 문제를 중심으로 내는 의도는 뭔가.” (윤태석 연세대 로스쿨 교수)
전문가들은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0일 열린 ‘법조 일원화 시대, 법관을 뽑는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열린 좌담회에서 법관순혈주의에 집착하는 법원을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김현우(37·사법연수원 37) 변호사는 “올해 뽑힌 경력 3년의 변호사는 시민과 소통하고 세상과 만난 변호사가 아닌 대부분 재판연구원 출신”이라며 “순혈주의에 집착한 법원이 사실상 제식구인 재판연구원 출신을 경력법관으로 대거 선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에 뽑힌 첫 로스쿨 출신 경력법관 37명 중 2년간 각급 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판사가 무려 27명(73%)에 달했다. 이들은 임용 전까지 수개월 동안 로펌 등에서 근무하면서 후관예우(後官禮遇) 논란도 일으켰다.
김 변호사는 “정성평가로 경력법관을 뽑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해한다. 그렇다면 공정성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법관 임용기준을 상세히 규정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태석(54) 연세대 로스쿨 교수 역시 대법원이 경력법관 임용기준을 공개해야 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윤 교수는 “경력법관 임용시험 문제를 공개해서 재판연구원 출신에게만 유리한 측면이 있는지를 보고 그렇다면 분명히 수정을 해야 한다”며 “법관평가를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해야 하고 나머지 정성평가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봉(49)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법원이 검찰보다 앞서 우수인력을 뽑겠다는 성적지상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법원은 아직도 사법연수원 시절처럼 성적이 가장 좋은 사람은 판사고 다음이 검사라는 꿈에 사로 잡혀있다”며 “법조경력 3년도 짧은데 2년 6개월밖에 안 된 이들을 서둘러 심사해 뽑은 것도 검찰에 우수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편법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경력판사를 채용하면서 국가정보원에 신원조사에 의뢰한 것에 대해 임 교수는 “법원은 3권분립을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행정부에 속하는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의뢰했다”며 “법원은 사법부독립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법관임용에 대한 권리를 사법부에 위임해 줬더니 법조일원화 취지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며 “임용기준을 상세히 공개하고 법관인사위원회의 외부위원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등의 조치를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45) 정의당 의원은 “법원순혈주의에 따라 대법원장, 법원장, 부장판사 말을 잘 듣는 사람만 뽑으려고 하니 경력법관 임용기준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며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으로 재판연구원 문제와 국정원 신원조회 의뢰 논란 등을 견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