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9990원에 속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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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기자I 2011.09.26 18:20:16

얼핏 싸 보이는 물건값
그 뒤엔 숫자 9가 만든
마케팅 꼼수 숨어 있어
……………………………
가격은 없다
윌리엄 파운드스톤|452쪽|동녘사이언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기가 막힌 광고 아이디어를 하나 알려드리죠. `99센트` 바로 그겁니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9다. 가격이 몇 자리인지는 중요치 않다. 치밀하게 조사해보니 소매가격의 30∼65퍼센트는 끝자리가 9로 끝났다. 발 빠르게 이 가격논리를 반영한 이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다. 첫 번째 아이팟의 다운로드에 대해 곡 당 99센트를 붙였다.

마법의 수 9에 착안한 99센트 상점도 생겼다.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났다. 79센트짜리도 99센트에 더 잘 팔렸고, 89센트짜리도 99센트에 1.49달러짜리도 99센트에 더 잘 팔리더라는 것이다. 9라는 숫자의 영향력은 고삐 풀린 듯 퍼져나갔다.

숫자에 숨은 속임수를 밝혀냈다. 특히 앵커(anchor) 효과를 이끌어내는 상품가격을 유심히 살폈다. 숫자가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움직여 합리적인 결정을 방해한다는 원리다. 숫자 앞에서 사람들의 사고는 얼어붙는다. 단지 주어진 숫자가 던져놓은 수준에서만 의사결정을 하려 안간힘을 쓰게 된다는 말이다.

9의 미스터리 심리엔 `단수가격`이 작용했다. 반올림한 숫자보다 아주 조금 낮은 숫자로 매기는 가격이 그것이다. 가격이 적힌 태그 앞에서 소비자들은 끝자리는 대충 잘라내고 첫 자리 숫자만 기억한다는 거다. 비단 싼 제품만 가격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다. `팔리지 않는 상품이 팔리는 상품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명품으로 일컬어지는 고가상품이 그 대상이다. 턱없이 비싼 가격에 분노한 중산층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상품을 구매하면서 만족을 느낀다.

복잡한 요금제를 잔뜩 늘어놔 소비자를 현혹하는 방법도 있다. 휴대폰 요금제가 결정적이다. 소비자에게 관대한 듯 대단한 선택의 자유를 주는 듯 보이지만 불필요한 추가 옵션들은 더 많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주범이다.

`가격은 집단적인 착각이며 위험한 조작 장치`라고 단언한 저자는 과학도다. 미국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인 그는 과학적 논리를 끌어들여 적정가격이란 건 아예 존재하지도 않으며 “상품에 대한 욕망을 대중이 잘 아는 숫자라는 언어로 바꿔놓은 것이 가격”이란 주장을 편다.

정신물리학, 신경경제학, 사회심리학까지 아우르며 논지를 단단히 굳힌 저자의 방법론은 주류경제학의 정설을 깨는 데 있다. 구매자가 지불할 최고가격과 판매자가 원하는 최소가격이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타당하게 결정되는 일`은 흔치 않다. 가격은 결코 과학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은 공정가격, 착한가격의 신화는 여지없이 깨진다. 마트의 1+1 행사, 패스트푸드점의 세트메뉴, 주유소의 포인트카드, 음식점의 할인쿠폰은 모두 속임수다. 그렇다면 이 가격 허상을 어떻게 깨야 할까. “더 많이 요구하라 그러면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눈앞에 팔랑이는 가격표를 한번쯤 의심하는 것부터 적극적인 가격파괴운동까지 소비자 권리 챙기기에 제대로 나서라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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