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은행 문 열기 어렵네..하원 합의안 거부

[이데일리 김윤경 기자] 스위스 은행 비밀주의의 문은 여전히 열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고객 가운데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 명단을 미국 조세 당국에 넘겨주기로 했던 합의안이 8일(현지시간) 스위스 하원에서 뒤집혔다. 하원은 상원 합의에 대한 비준을 거부했다.

미국은 UBS가 수천명의 미국인들이 탈세할 수 있도록 역외 계좌 설립을 도왔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8월 UBS는 잘못을 시인하고 4450명의 미국인 계좌 정보를 미 국세청(IRS)에 넘겨주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스위스 법원은 이것이 국내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에따라 스위스 정보는 계좌 정보 이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안을 내놨고 지난 주 상원은 이를 승인했었다.

스위스 정부는 난감하게 됐다. 스위스 의회가 이달 후반 휴회할 때까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미국과 UBS에 맺은 협정은 무효가 된다. 오는 18일이 데드라인이다. 또 이는 USB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UBS 주가는 이날 2.2% 하락했다.

스위스 은행 업계와 정계에선 비밀주의 폐지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 왔으며, 스위스 은행가협회(SBA)가 이번 하원 승인을 막는데 로비를 펼쳐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는 "국가 이익이 정치적 게임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밝혔다. 스위스 국민들도 은행업이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비밀주의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 (컬처노믹스)검은 돈과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