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정부가 마련 중인 세종시 건설 수정안의 핵심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대학을 유치하고 이를 위해 싼 값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땅값 인하를 위해 다양한 방책을 강구 중인데 이같은 땅값 인하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장 비싼 가격에 땅을 매입한 원주민·건설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기업 유치를 전제로 추진 중인 기존 기업도시 역시 세종시가 파격적인 혜택을 앞세워 기업 유치에 나서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 비싸게 땅 매입한 원주민·건설사 반발
정부가 마련 중인 세종시 건설 수정안의 밑그림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대학을 유치하고 이를 위해 싼 값에 토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3.3㎡당 227만원에 달하는 땅값을 파격적으로 낮추고(3.3㎡당 35만~40만 원 선) 각종 세제를 감면해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세종시에서 이미 원주민과 건설사에 매각한 땅 가격이 정부가 구상 중인 땅값보다 비싸다는 게 문제다.
행복도시건설청과 사업시행자인 LH에 따르면 중심행정타운 배후 거주지역인 시범단지(109만2323㎡)를 분양 받은 12개 건설회사는 3.3㎡당 290만~295만원선에 땅을 공급 받았다. 원주민에게 공급된 땅값도 비싸다. LH는 세종시 건설 예정지에서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원주민 2240가구에 조성원가의 70%(㎡당 47만7000원, 3.3㎡당 157만원)에 택지를 공급한 바 있다.
기업에게는 땅을 싸게 공급하고, 원주민과 건설사에게는 땅을 비싸게 팔았다는 이중 잣대 논란이 불거지기에 충분하다.
◇ 기존 기업도시 역차별 논란
정부가 세종시 도시성격을 기업도시로 전환할 경우 기존 기업도시와의 역차별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기업도시란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개발하는 특정산업 중심의 자족형 복합도시를 말한다. 정부는 기업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 전남 무안, 충북 충주, 강원 원주, 전북 무주, 충남 태안, 전남 영암·해남 6곳을 시범지구로 지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기업도시 사업의 조기정착을 위해 입주기업의 법인세와 소득세를 각각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 주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은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업도시는 사업시행 4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시범지구 6곳 가운데 무안과 영암·해남, 무안 3곳은 아직 착공조차 못한 상태다. 그나마 착공에 들어간 원주, 충주, 태안 역시 입주 기업을 찾지 못해 사업이 더디게 추진되긴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세종시의 성공적인 기업 유치를 위해 경제자유구역 이상의 파격적 혜택을 줄 경우 기존 기업도시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세종시와 가까운 충주의 경우 성격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사업 실패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세종시에 인센티브 `올인`..지방경제 직격탄
정부가 세종시에만 파격적으로 인센티브를 주게되면 비단 기업도시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가 추진하는 역점 사업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기업 유치를 전제로 추진하는 사업은 기존 기업도시 외에 전북 새만금사업, 평택 고덕신도시, 천안 아산신도시, 대구·경북 첨단복합단지,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 등 전국에 걸쳐 20여 곳에 달한다.
부산 진해 경제자유구역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세종시 혜택이 현실화되면 어느 기업이 지방에 내려오겠느냐"며 "정부의 지나친 세종시 지원이 지방 경제에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김범일 대구시장은 최근 "정부의 세종시 수정 논의가 대구·경북 첨단복합단지와 중복되는 기능을 포함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